WBC대표팀 美 첫 합동훈련 가져
구창모, 2017년 APBC서 쓴잔
양의지, 2019-2021년 2차례 무릎
3월 10일 ‘일본 타도’ 선봉 나서
야구 국가대표팀의 차세대 왼손 에이스 투수인 구창모(26·NC)와 국내 최고 포수 양의지(36·두산)에겐 갚아야 할 빚이 있다. ‘숙적’ 일본과의 대결에서 아팠던 기억을 씻어내는 것이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이 첫 합동훈련을 한 16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스포츠콤플렉스.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밝은 표정으로 첫 훈련을 마친 구창모는 일본전 얘기가 나오자 표정이 달라졌다. 일본과 함께 WBC 조별리그 B조에 속한 한국은 3월 10일 일본 야구의 심장으로 통하는 도쿄돔에서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벌인다. 구창모는 이 경기의 유력한 선발 투수 후보로 꼽힌다.
구창모는 “일본한테는 가위바위보도 이겨야 한다고 하지 않나. 특히 내게 일본은 반드시 한번 설욕하고 싶은 상대”라고 말했다. 그는 야마카와 호타카(32·세이부)의 이름도 꺼냈다. 2017년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일본전에서 4-1로 앞선 6회 구원 등판한 구창모는 야마카와에게 2점 홈런을 맞았다. 구창모는 1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고, 한국은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7-8로 역전패했다. 야마카와는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리그에서 홈런왕을 3차례(2018, 2019, 2022년)나 차지한 오른손 거포다. 역대 최강 전력으로 평가받는 올해 일본 WBC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둘의 맞대결은 이번 대회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야마카와는 지난해에도 홈런 41개를 날렸다. 6년 전 유망주였던 구창모는 그사이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한국 최고의 왼손 투수 자리를 지켜온 김광현(35·SSG)이 후계자로 꼽았을 만큼 좋은 구위를 자랑한다. 2020년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지난해에도 11승 5패, 평균자책점 2.10으로 잘 던졌다. 시즌 후에는 7년 최대 132억 원짜리 대형 계약도 했다. 구창모는 “아직 어떤 경기에 등판할지 모르지만 일본전에 나간다면 반드시 승리를 따내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NC에서 뛰다 지난겨울 6년 최대 152억 원을 받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두산으로 복귀한 양의지 역시 일본전을 벼르고 있다. 선수로 승승장구해온 양의지도 일본전에서는 두 차례 아픔을 겪었다. 양의지는 ‘한국 킬러’로 불리는 야마다 데쓰토(31·야쿠르트)를 경계 대상으로 꼽았다. 야마다는 2019년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양현종(35·KIA)으로부터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때렸다. 2021년 도쿄 올림픽 준결승에서는 고우석(25·LG)을 상대로 3타점 2루타를 쳤다. 양의지는 “이번 대표팀이 내겐 거의 마지막일 수 있다. 일본에 두 번이나 당했던 걸 마음에 담고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 꼭 갚아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어제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태블릿PC에 담긴 일본 타자들의 타격 영상을 봤다. 야마다뿐 아니라 (작년 56홈런을 친) 무라카미 무네타카(23·야쿠르트)도 경계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훈련 전 양의지는 지난 시즌까지 NC에서 같이 뛰었던 구창모를 만나자마자 머리를 쓰다듬으며 애정을 표현했다. 2020년 NC에서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던 두 선수는 이번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일본전 선봉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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