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할 건 인정하자, 日야구 배울 건 배우자[강산의 스퀴즈번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0일 16시 02분


오타니 쇼헤이. 게티이미지코리아
오타니 쇼헤이. 게티이미지코리아


종목을 막론하고 국제대회에서 한일전은 엄청난 관심을 불러모은다. 특히 양 국가의 대표 인기 프로스포츠인 야구의 경우 A대표팀의 맞대결은 그야말로 초미의 관심사다. 필자가 2017년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대표팀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출장을 떠났을 때도 일본 기자들이 우리 대표팀 훈련장에 찾아와 선수의 정보를 하나하나 물으며 전력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일본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의 면면을 분석하며 스토리 하나하나를 대서특필한다. 비단 A대표팀뿐 아니라 청소년대회에서도 이른바 ‘괴물급’ 선수가 나타나면, 엄청난 관심을 보인다.

일본은 야구 강국이다. 당장 제5회 WBC 대표팀의 선발진만 봐도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를 비롯해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펄로스),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마린스) 등 슈퍼스타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특히 오타니와 야마모토, 사사키는 모두 시속 160㎞의 강속구를 지닌 20대 선수라는 점이 눈에 띈다. 구종만 보면, 세계 정상권이라고 평가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우리 대표팀이 첫 경기인 호주전에 총력전을 선언한 이유 중 하나가 일본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제가 깔려있어서다.

비단 이번 대회뿐만이 아니다. 일본야구가 국제대회에서 대표팀 구성에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었다. 오히려 슈퍼스타급 선수들 중 누가 엔트리에서 빠질지를 걱정했다. 그렇게 최고의 대표팀을 꾸렸고, 성적도 따라왔다. 한국이 2006년 WBC와 2008베이징올림픽, 2009년 WBC 등에서 일본을 상대로 많은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냈지만, 이 결과만으로 한국 야구가 일본보다 강하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인프라와 선수 육성 시스템부터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이미 익숙해져있다. 타율이 2할대 초반에 불과하더라도 20~30홈런을 쳐낼 수 있는 장타력을 지녔다면, 그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꾸준히 밀어준다. 수비와 주루에 특장점을 지닌 선수도 스페셜리스트로 활용하기 위해 육성한다. 이번 일본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슈토 우쿄(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여기에 속한다.

우리는 늘 한일전에서 정신력을 강조해왔다. ‘일본을 상대로는 가위바위보도 져선 안 된다’는 마인드가 선수들의 투쟁심을 이끌어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언제까지 여기에 기댈 수만은 없다. 물론 인프라와 육성 시스템을 당장 따라잡긴 쉽지 않다. 또 일본보다는 메이저리그(ML)의 시스템을 추구하는 경향도 있어 디테일을 놓치기도 한다. 일본야구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현미경 야구’가 바로 디테일을 의미한다. 무사 만루, 또는 1·3루 상황에서 병살타로 한 점을 짜내는 것도 하나의 디테일로 여기는 게 일본 야구다. 한국 야구만의 강점을 살리면서,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프로야구 구단들이 일본인 코치를 영입해 요직에 배치하는 것도 일본야구의 강점을 받아들이는 방법 중 하나다. 시속 150㎞대 강속구 투수들과 어떤 코스에든 완벽하게 대응하는 타자들이 즐비한 리그의 레벨을 당장 따라잡긴 어려울 것이다. 작은 부분부터 하나하나 습득하며 정신력이 아닌, 기술력으로 맞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번 WBC도 배움의 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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