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8세 이하 세계선수권 MVP, 160cm 작은 키로 신인지명서 밀려
우승 전력유출 시달렸던 삼척시청, 김민서 활약에 2연패 도전 이어가
이계청 감독 “하늘이 도왔죠, 하하”
“하늘이 도왔죠. 하하.”
핸드볼리그 출범 전인 2003년부터 21년째 여자부 삼척시청 지휘봉을 잡고 있는 이계청 감독(55)은 요즘 싱글벙글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7순위로 지명한 신인 김민서(19·센터백) 덕분이다.
한국은 지난해 8월 열린 18세 이하 여자 핸드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핸드볼 강국인 유럽 팀들과 8번 싸워 모두 이기면서 이 대회 출전 역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다. 김민서는 이 대회에서 각각 전체 2위에 해당하는 58점, 35도움을 기록하며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하지만 우승과 MVP 수상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약 두 달 뒤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세계선수권대회 대표팀 동료였던 이혜원(19·라이트백·168cm)이 1순위로 대구시청에, 차서연(19·라이트윙·162cm)이 3순위로 인천시청에 지명된 뒤에도 그의 이름이 불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은 키가 걸림돌이었다. 김민서는 키 160cm로 이 대회 한국팀 평균 키(168cm)보다 8cm가 작았다. 결국 1라운드 중 뒤에서 두 번째인 7순위가 돼서야 삼척시청이 김민서의 이름을 불렀다. 삼척시청은 꾸준히 강팀 자리를 지킨 탓에 역대 드래프트 최고 순위가 4위인 팀이다. 당시 이 감독은 “키가 걱정이긴 하다. 하지만 스피드가 빠르고 ‘핸드볼을 알고 한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플레이가 영리하다. 장점을 잘 살려보겠다”고 했다.
이 감독의 판단은 옳았다. 언니들이 적극적으로 몸싸움에 가담하면서 김민서에게 공간을 열어주자 김민서는 강점인 스피드를 앞세워 코트를 종횡무진 누비며 맹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김민서는 올 시즌 11경기 모두 출전해 득점(89골)과 도움(55개)에서 모두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슛 성공률이 75.42%에 달한다.
이 감독은 “슛은 성공률만 보면 특급이다. 더 자신 있게 (슛을) 던지라고 주문한다. 그래도 아직 막내라 언니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려고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삼척시청은 지난해 챔피언이지만 98골 90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우승을 이끈 이효진(29)이 인천시청으로 떠나는 등 비시즌 기간 전력 유출에 시달리던 상태였다. 그러나 김민서의 활약을 앞세워 올 시즌에도 리그 2위(승점 17·8승 1무 2패)에 자리하며 2연패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핸드볼리그 여자부 신인 시즌 최다 득점(133골)과 도움(66개) 기록은 모두 2013년 1순위 지명자이자 지난해까지 삼척시청에서 뛰었던 이효진(당시 경남개발공사)이 갖고 있다. 아직 시즌 10경기가 남은 만큼 김민서가 이 기록을 충분히 깰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실업리그 형태로 운영 중인 핸드볼 리그는 2023∼2024시즌부터 프로로 전환한다. 김민서가 이효진을 넘어서게 되면 실업리그 역사에 영원히 신인 최다 득점, 최다 도움 기록 주인공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성인 무대 문턱을 힘겹게 넘었던 7순위의 반란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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