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선언 양희종 “나도 팀도 좋을때… 지금이 물러날 적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7일 03시 00분


2007년 KT&G 데뷔후 원클럽맨
39세 나이에 올시즌 45경기 나서
“전화 문자 수백통 받고 은퇴 실감
후배들이 우승 트로피 선물 약속”

이번 시즌 종료 후 은퇴를 선언한 양희종(KGC)이 다음 달 26일 자신의 은퇴식에서 입게 될 유니폼을 착용하고 카메라 앞에 
섰다. 2014년부터 9시즌째 팀 주장을 맡고 있는 양희종을 위해 구단이 따로 만든 유니폼인데 그의 번호 11번 위에 
‘캡틴’이라고 새겨져 있다. 안양=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번 시즌 종료 후 은퇴를 선언한 양희종(KGC)이 다음 달 26일 자신의 은퇴식에서 입게 될 유니폼을 착용하고 카메라 앞에 섰다. 2014년부터 9시즌째 팀 주장을 맡고 있는 양희종을 위해 구단이 따로 만든 유니폼인데 그의 번호 11번 위에 ‘캡틴’이라고 새겨져 있다. 안양=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나도 좋고 팀도 좋을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떠나려고 생각해 왔다. 지금이 그럴 때라고 판단했다.”

프로농구 KGC의 주장 양희종(39)은 자신의 은퇴 선언을 두고 23일 이렇게 설명했다. 전날 양희종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은퇴하기로 했다”고 구단을 통해 발표했다. KGC와의 계약기간이 2024∼2025시즌까지로 2년 더 남아 있는 데다 정규리그 1위 팀 주장이 시즌 도중 은퇴 시기를 알린 것이어서 의아해한 팬이 많았다.

23일 KGC의 안방구장인 안양체육관에서 만난 양희종은 “은퇴 시기를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별 느낌이 없었다”며 “그런데 (어제) 오후부터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수백 통 받고 나니 그제야 ‘은퇴하게 되는 구나’ 하고 실감이 나더라”고 말했다. 은퇴를 발표한 당일 아내 김사란 씨(35)는 어두운 방에서 휴대전화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는 양희종이 혹시 울고 있는 건 아닌지 해서 눈가를 매만지곤 했다고 한다.

2007년 KT&G(현 KGC)에서 프로 데뷔를 한 양희종은 이 팀에서만 뛰어 온 ‘원클럽 맨’이다. 데뷔 시즌부터 정규리그 전 경기(54경기)에 출전하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포워드로 활약했다. 특히 수비에서 독보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수비5걸에 6번 뽑혔고 우수수비상을 한 차례 받았다.

하지만 지난 두 시즌 동안엔 크고 작은 부상 여파로 출전 경기 수가 많이 줄었다. 2020∼2021시즌 28경기, 2021∼2022시즌엔 29경기 출전에 그쳤다. 40경기 이상 뛰지 못한 건 상무에서 제대한 뒤 시즌 막판 팀에 합류한 2010∼2011시즌(8경기 출전)을 제외하고 이 두 시즌뿐이다. 이 때문에 ‘에이징 커브’(나이가 들면서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양희종이 2011∼2012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동부(현 DB)를 꺾고 창단 후 첫 우승을 차지한 뒤 림 그물 커팅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양희종은 이때의 우승을 프로 선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뉴시스
양희종이 2011∼2012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동부(현 DB)를 꺾고 창단 후 첫 우승을 차지한 뒤 림 그물 커팅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양희종은 이때의 우승을 프로 선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뉴시스
39세의 나이에도 양희종은 26일 현재 이번 시즌 팀의 46경기 중 45경기에 출전해 평균 11분가량을 뛰고 있다. 팀은 이날 현재 34승 12패로 2위 LG(28승 15패)에 4.5경기 차 앞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양희종이 지금의 상황을 두고 ‘나도 좋고 팀도 좋은 때’라고 말하는 이유다.

팀 후배들은 떠나는 ‘캡틴’에게 우승 트로피를 꼭 안기겠다고 약속했다. 2014년 주장을 맡은 양희종은 이번 시즌까지 9년간 캡틴 역할을 하며 ‘라커룸 리더’로 팀을 이끌어 왔다. 양희종은 “후배들에게 은퇴 발표를 먼저 알리지 못했는데 소식을 들은 후배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반드시 우승 트로피를 들게 해주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동안 양희종은 챔피언 결정전 우승 세 차례, 정규리그 우승 한 차례를 경험했다. 개인적으로는 팀이 창단 후 처음 챔프전 정상에 올랐던 2011∼2012시즌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그는 이제 자신에겐 마지막이자 팀의 네 번째 챔프전 우승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했다.

KGC는 정규시즌 마지막 안방경기인 다음 달 26일 DB전 때 양희종의 은퇴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프로농구#kgc#양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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