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성적에 KBO리그 흥행이 걸려있다[강산의 스퀴즈번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6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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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5회 WBC 대표팀 선수들. 스포츠동아 DB
대한민국 제5회 WBC 대표팀 선수들. 스포츠동아 DB


‘베이징 키즈’

대한민국 야구 부흥의 상징과도 같은 단어다.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의 금메달을 보며 야구를 시작한 꿈나무들은 어느새 어엿한 프로선수가 됐다. 그뿐 아니라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은 잠시 침체했던 야구의 인기를 엄청나게 끌어올린 촉매제가 됐다. 베이징올림픽 이듬해인 2009시즌 개막을 앞두고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선전하자 프로야구는 매 경기가 예매 전쟁일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핵심은 역시 국제대회인 올림픽과 WBC에서 선전했던 것이다.

그러나 2013년 제3회, 2017년 제4회 WBC에서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하면서 여론은 싸늘해졌다. 선수들의 일탈도 영향을 미쳤지만,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는 국제대회에서 성적이 나오지 않은 여파도 결코 작지 않았다. 특힌 2021년 열린 2020도쿄올림픽에서 야구대표팀이 메달조차 획득하지 못한 것은 그야말로 치명타였다.

9일 개막하는 제5회 WBC에 나서는 대표팀의 성적이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22카타르월드컵에 출전했던 축구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며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K리그 개막라운드에 구름관중을 불러모은 것만 봐도 성적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젊은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야구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야구 인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팀의 목표는 4강 진출이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도 “최대한 먼 곳으로 가고 싶다”는 욕심을 넌지시 드러냈다. 4강 라운드가 열리는 미국까지 가고 싶다는 뜻이다.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선 조별리그 B조에서 2위 이내에 진입해야 한다. 호주, 일본, 체코, 중국을 차례로 만나는 한국은 첫판 상대인 호주를 잡으면 2위 이내 진입은 한결 수월해진다. 우승후보로도 거론되는 일본과 승부가 쉽지 않다고 가정했을 때, 호주를 잡으면 객관적 전력에서 절대 우위인 체코와 중국을 잡고 2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선 열세지만, 한일전을 잡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일본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마린스),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펄로스),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시속 150㎞대 강속구를 손쉽게 던지는 투수들이 즐비하고, 타자들의 테크닉도 뛰어나다. 그러나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전 때 승리를 거뒀듯, 특유의 정신력을 앞세워 승리를 거둔다면 야구 팬들의 자존심까지 세워줄 수 있기에 귀추가 주목된다.

세대교체는 필연적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도 언젠가는 은퇴라는 단어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그 뒤를 이을 후계자가 있다면 그만큼 걱정은 줄어든다. 한국 야구는 지금 그 과도기에 있다. 국제대회 때마다 원투펀치로 나섰던 양현종(KIA 타이거즈)-김광현(SSG 랜더스)이 여전히 대표팀에 있지만, 구창모(NC 다이노스) 등 후계자들도 준비가 돼 있다.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로선 전 세계에 본인의 존재감을 알릴 기회다. 그만큼 선수들의 동기부여도 충분하다.

대표팀이 납득할 수 있는 성적을 거둔다면, 팬들도 이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응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 감독도 “납득할 수 있는 성적으로 박수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 결과에 따라 프로야구 인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선수들도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대표팀이 성장과 성적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돌아오길 야구 팬들도 학수고대하고 있다. 대표팀의 여정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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