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속한 B조 조별리그 경기가 열리고 있는 일본 도쿄에서는(오사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보든 오타니의 얼굴을 마주치게 됩니다.
TV를 틀면 오타니가 나오고, 신문을 봐도 오타니가 나옵니다. 몇 개의 광고를 찍었는지 광고마다 오타니가 쉴 새 없이 얼굴을 내밉니다.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점심 때 들렀던 라면집 옆자리 테이블에 앉은 4명의 젊은 여성들은 오타니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자카야의 아저씨들 화제도 역시 오타니입니다. 일본 전체가 마치 오타니에 푹 빠져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중국의 조별리그 경기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타니는 이날 일본 대표팀의 선발 투수이자 3번 타자로 출전했습니다.
오타니가 경기 시작 전 연습 투구를 할 때부터 도쿄돔을 가득 메운 5만 명의 관중들은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실전 투구도 아닌 연습 투구 하나하나마다 “와~” “와~” 하는 환호를 보내는 겁니다.
팬들의 기대에 걸맞게 오타니는 이날 투수와 타자 양면에서 모두 맹활약했습니다. 오타니의 활약 속에 이날 일본을 중국을 8-1로 가볍게 이겼지요.
먼저 투수로는 4이닝 1피안타 5삼진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1회부터 3회까지는 9타자를 완벽하게 틀어막았습니다. 4회 1사 후 2번 타자 양진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지만 후속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투구를 끝냈습니다. 투구 수는 49개였습니다.
1회부터 150km 대 후반의 빠른 공을 던진 오타니는 2회 레이샹을 상대할 때는 전광판에 160km를 찍었습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161km로 기록했지요. 160km가 찍히는 순간 안 그래도 열광적이던 도쿄돔이 더욱 들썩거렸습니다. 오타니는 이후 4회 양진을 상대할 때는 2번 연속 160km를 던졌습니다.
‘타자 오타니’ 역시 훌륭했습니다. 2회 2사 만루에서 유격수 앞 땅볼로 물러났지만 1-0으로 앞선 4회 무사 1, 3루 찬스에서는 중국의 두 번째 투수 왕웨이를 낮은 공을 받아쳐 왼쪽 담장 상단을 때리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습니다. 오타니는 8회에도 깨끗한 우전안타를 치며 이날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했습니다.
여기까지가 기록으로 알 수 있는 오타니입니다. 오타니는 기록 외적으로도 자신의 매력을 한껏 드러냈습니다.
이날 경기내내 오타니는 마치 아이돌 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기 내내 밝은 미소를 지었고, 때로는 동료 선수를 향해 윙크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루상에 나갔을 때는 심판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고, 동료 선수 눗바가 호수비를 펼쳤을 때는 두 손을 번쩍 들며 기뻐하기도 했지요. 동료 선수의 안타나 득점이 나올 때면 덕아웃에서 누구보다 크게 박수를 쳤습니다. 아래저래 팬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경기가 끝난 후였습니다. 일본의 대승으로 경기가 마무리 됐지만 5만 여명의 만원 관중 가운데 자리를 뜨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오타니가 선정됐고, 오타니의 그라운드 즉석 인터뷰가 마련되었으니까요.
경기 소감을 묻는 질문에 오타니는 “대화가 끝날 때까지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관중석에서는 또 다시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그는 “오늘 중국 팀도 정말 잘 싸워줬다. 수준 높은 경기를 했던 것 같다”며 패자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를 해 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너무 많이 경기장을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하지만 아직 더 가야할 일이 남았다. 10일 한일전에도 많이들 와 주셔서 봐 주시면 좋겠다”
이처럼 오타니는 일본 대표팀 뿐 아니라 전체 WBC를 봐서도 최고의 흥행 카드입니다. 일본 팬들이 왜 그렇게 오타니에 대해 열광하는지 새삼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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