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크게 휘는 서브 장착… 더 다듬어 세계 흔들어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프로탁구 정규리그 다승왕 조승민

조승민(삼성생명)이 8일 소속 팀 훈련장이 있는 경기 용인 삼성생명휴먼센터에서 자신의 주무기인 빠르고 크게 휘는 서브를 보여주고 
있다. 조승민은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메달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다.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조승민(삼성생명)이 8일 소속 팀 훈련장이 있는 경기 용인 삼성생명휴먼센터에서 자신의 주무기인 빠르고 크게 휘는 서브를 보여주고 있다. 조승민은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메달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다.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아버지는 1998년 5월 27일 태어난 아들의 이름을 ‘승민’이라고 지었다. ‘이길 승(勝)’, ‘민첩할 민(敏)’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운동선수가 되기를 바랐다. 재빠르고 날랜 움직임으로 승리하는 선수가 되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을 지은 것이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아들은 운동선수가 됐고 한국 탁구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했다.

아들 조승민(25)은 지난달 22일 막을 내린 2023시즌 프로탁구리그(KTTL) 정규리그에서 다승왕(16승 5패)을 차지하며 소속 팀 삼성생명을 전체 8개 팀 가운데 1위로 이끌었다. 6일 인도에서 열린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스타 컨텐더 남자 복식 결승에서도 안재현(한국거래소)과 호흡을 맞춰 세계 랭킹 1위 우다 유키야-도가미 슌스케 조(일본)를 3-1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소속 팀 훈련장이 있는 경기 용인 삼성생명휴먼센터에서 8일 만난 조승민은 “삼성생명에 입단한 2017년 당시만 해도 나는 정신적으로 많이 무너져 있었다”며 “내가 네트를 넘긴 공이 다시 내 앞으로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공이 내게 오는 게 무서웠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조승민에겐 ‘탁구 천재’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여섯 살 때 탁구 동호회 활동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탁구장에 갔다가 라켓을 처음 잡았다. 재능을 보인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전국회장기대회에서 3위를 했다. 트레이닝도 받지 않고 출전한 대회였다. 고교 1학년이던 2014년엔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 실업팀 형들을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승민은 “어릴 때는 전국 대회에 나가면 대부분 형들과 맞붙었다. 나는 동생이기 때문에 늘 ‘져도 그만, 이기면 대박’이라는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다”며 “하지만 고교 2, 3학년 무렵부터는 학년이 같거나 나보다 어린 선수들과의 경기가 늘면서 ‘지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 때문에 몸이 굳어버리는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조승민은 고3이던 2016년 전국체육대회 4강에서 다른 학교의 같은 학년인 한유빈을 만났다. 한유빈은 중학생 때 같은 학교를 다닌 탁구부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다. 조승민은 ‘절대로 지면 안 된다’고 마음을 먹고 경기에 나섰지만 결과는 1-3 패배였다.

이때부터 트라우마가 시작됐다. 2017년 1월 삼성생명에 입단하면서 1년간 심리치료를 받았다. 조승민은 자신을 옥죄는 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번 시즌을 치르는 동안에도 주변에서 ‘승민이 너 다승왕 되겠다’고 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그럴 때마다 나 스스로 압박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았다. 경기 전엔 항상 ‘지금의 나는 0승 0패다’라고 되뇌고는 했다”고 말했다.

국내 리그를 평정한 조승민의 다음 목표는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입상이다. 한국 남자 탁구는 2019년 헝가리 대회에서 안재현이 동메달을 딴 이후 단식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이철승 삼성생명 감독은 “조승민의 서브 기술은 세계 톱10에 들 정도”라며 “상대가 서브 리시브에 성공했을 경우 그 다음 연결을 보완한다면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탁구 선수로는 드문 왼손 셰이크핸드 전형인 조승민은 공을 높이 띄웠다가 돌려 깎듯이 치는 스카이서브가 주무기다. 빠르고 크게 휘는 이 서브를 두고 조승민은 ‘한번 받아보든가 서브’라고 부른다. 그만큼 자신감을 갖고 있는 서브라는 의미다. 대회에 나가면 다른 선수들이 서브를 넣을 때 공을 띄우는 높이, 임팩트 타이밍, 공의 코스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해 자신만의 서브를 만들고 있다는 조승민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나만의 서브로 개인 첫 메달을 따고 싶다”며 “이번 대회에서도 다른 선수들의 서브를 잘 관찰해 앞으로 더 강한 서브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프로탁구#정규리그 다승왕#조승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