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의 암듀오르크 와레렝 타디스(24)는 19일 열린 2023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이렇게 말했다. 타디스는 “2시간1분9초의 세계기록을 가진 엘리우드 킵초게(39·케냐)는 어릴 적 내 우상이었다. 그를 넘어서기 위해 마라톤을 시작했고, 나는 아직 젊다. (세계기록 경신이)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타디스는 2시간5분27초의 기록으로 해외 초청 엘리트 선수들이 참가한 국제 부문에서 우승했다. 아직은 세계기록과 차이가 꽤 나지만 타디스는 자신감이 넘쳤다.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2018년 하프 마라톤을 시작한 타디스는 풀코스에 처음 도전한 게 불과 2년 전이다. 그는 2021년 처음 출전한 풀코스 대회에서 2시간7분48초를 기록했고, 지난해 두 번째 대회에서 2시간6분대(59초)에 진입했다.
이날도 개인 최고기록을 1분32초 앞당기며 2시간5분대를 찍은 타디스는 “풀코스 마라톤을 시작한 이후 대회마다 최고기록을 1분 정도씩 줄여가고 있다. 내년에는 2시간 4분대, 그 다음 해에는 2시간 3분대에 진입할 수 있다”며 “오늘 세계 7대 마라톤인 서울마라톤에서 우승했으니 다음에는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따겠다”고 했다.
타디스가 처음 달리기를 시작한 건 8년 전인 2015년이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취미 삼아 육상부에 들어갔는데 학교 대회에만 나가면 1등을 하면서 자신이 달리기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타디스는 “육상부 선생님이 1등 하는 선수에게 밀가루, 물, 소금을 섞어 만든 1.5비르(에티오피아 화폐 단위·약 36원) 가격의 빵 한 덩이를 선물로 줬는데, 그걸 먹고 싶어 열심히 뛰곤 했다”고 말했다.
타디스는 에티오피아 오로미아주의 세베타 지역에서 1주일에 6일씩 3개월 동안 훈련하며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해발 2300m가 넘는 이곳에서 타디스는 매주 150km 이상을 달렸다. 평소에도 마라톤 훈련에 집중하느라 에티오피아 암하라주 데브레마르코스에 사는 부모님을 1년에 한 번밖에 보지 못한다고 했다.
이날 출발선에는 김의승 서울시 행정1부시장(유럽 순방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을 대신해 참석)과 육현표 대한육상연맹 회장, 피터 곽 아디다스코리아 대표이사, 조익성 동아오츠카 대표이사, 최재형 국회의원,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에카테리니 루파스 주한 그리스대사, 필리프 르포르 주한 프랑스대사,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원종만 서울시육상연맹 회장,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이인철 스포츠동아 대표이사 등이 참석해 선수들을 격려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