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경(23)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비움’이란 단어를 여러 번 말했다. 지난 시즌 출전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7개 대회에서 100% 컷 통과를 했지만, 우승은 없었다. 준우승만 2차례 했다. 박현경은 우승이 없었던 이유로 지난 시즌이 시작되기 전 비워 내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현경은 “2021시즌이 끝난 뒤 겨울훈련 전까지 6주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제대로 훈련을 한 것도, 제대로 휴식을 취한 것도 아니었다”며 “온전하게 쉬지 못해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했고 결국 지난 시즌 내내 그 불안감이 이어졌다”고 했다.
박현경은 이번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비워 내기부터 했다. 이번 시즌 두 번째 대회였던 지난해 12월 KLPGA투어 PLK 퍼시픽링스코리아 챔피언십을 마치고 5주간 골프채를 손에서 놓았다. 박현경은 “2019년 투어에 데뷔한 이후 비시즌에는 늘 일정을 꽉 채워서 훈련했다. 이번에 푹 쉬다 보니 ‘내가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나’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여행을 다니고 맛집 투어도 하면서 쉬다 보니 내 안의 배터리가 충전되는 느낌이 들었다. 겨울훈련 직전에는 ‘충분히 많이 쉬었으니 제대로 훈련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박현경은 비워낸 것을 채우기 위해 한 달간 베트남에서 겨울훈련을 진행했다. 후회 없는 훈련을 하자고 자신과도 약속했다. 모든 훈련을 마친 뒤 자기 전까지 빈 스윙 훈련도 빠짐없이 한 박현경은 “지난해 경기력이 무너질 땐 꼭 스윙 리듬이 문제였다”며 “연습이 답이고 반복이 천재를 만든다는 말을 믿고 훈련에 집중했다”고 했다. 투어를 반복하면서 느껴지는 체력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겨울훈련 때 체력 전담 트레이너도 함께했다.
다음 달 6일부터 열리는 올해 첫 대회인 롯데렌터카 여자 오픈을 앞두고 박현경은 큰 변화도 시도했다. 투어 데뷔 후 줄곧 프로 골퍼 출신인 아버지 박세수 씨가 박현경의 캐디를 맡았다. 하지만 본인의 플레이를 스스로 개척하기 위해 이번에 아버지 대신 새 캐디를 고용했다. 박현경은 “아버지한테 도움받는 부분이 많지만 언제까지 아버지가 골라주는 클럽과 정해주는 선택을 따를 수만은 없다”며 “지금은 편하지만 이대로 계속 간다면 더 성장할 수 없을 것 같아 먼저 제안을 했고 아버지도 흔쾌히 받아 주셨다”고 했다.
박현경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박현경은 통산 3승을 거뒀다. 그중 2승을 데뷔 다음 시즌인 2020시즌에 달성했다. 박현경은 “루키 시절인 2019년에 동기들이 모두 우승을 경험할 때 나만 우승하지 못했다. 2020시즌을 앞두고 정말 열심히 훈련을 했다. 결국 두 번 우승을 했는데 그때보다 지금 더 발전했다고 느껴져 이번 시즌이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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