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야구의 세계화’다. 실제로 다른 종목과 비교해 국가대표 팀끼리 맞붙는 국제대회가 많지 않은 종목 특성상 WBC는 각 나라의 ‘야구 세계관’을 변화시키는 초석이 되기도 했다.
2006년 초대 대회와 2009년 제2회 대회에서 한국과 일본이 선전하면서는 미국에서도 ‘동양 야구’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MLB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과학자, 경제학 박사 등을 영입해 데이터 분석을 진행한 뒤 원래 장점인 ‘힘’으로 동양 야구를 누르기로 했다. MLB 타자 사이에 ‘뜬공 혁명’ 붐이 일면서 홈런이 쏟아지게 된 이유다. 그러자 투수들도 시속 160km 이상으로 구속을 끌어올리는 ‘스피드 혁명’을 통해 타자들에게 맞섰다.
제1, 2회 대회 챔피언 일본도 3, 4회 대회에서 푸에르토리코(미국령)와 미국에 무릎을 꿇자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일본은 ‘기(技)의 야구’에 MLB의 장점인 ‘빅볼’까지 접목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일본 야구계에서 장거리 달리기, 지옥 훈련이 차지하던 자리를 웨이트트레이닝과 스트레칭이 대신하기 시작했다.
스즈키 이치로(50)와 오타니 쇼헤이(29)가 이 변화를 보여준다. 이치로는 2001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장타력을 포기했다. 그 대신 안타 치고 도루하는 ‘동양 스타일’로 MLB 무대에서도 최우수선수(MVP) 타이틀을 따낼 수 있었다. 반면 오타니는 시속 16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고 홈런을 펑펑 쳐내는 ‘미국 스타일’로 MVP에 올랐다.
그 사이 한국 야구계는 WBC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금메달)에서 따낸 성적에 취해 ‘외딴섬’이 되고 말았다. 한 야구 관계자는 “일본은 선수들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다 보니 야구하는 사람 다수가 해외에서 건너온 이론이나 방법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한국에서는 학교 다닐 때 교과서도 제대로 보지 않은 사람들이 은퇴하고 코치를 한다. 그러면서 본인들만 야구를 아는 것처럼 외부인들을 배척하다 보니 세계 야구와 점점 더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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