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막을 올리는 프로배구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은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요약할 수 있다. 리그 최고의 창인 ‘배구 여제’ 김연경(35)이 이끄는 흥국생명의 공격력을, 베테랑 미들블로커 배유나(34), 정대영(42)이 버티는 한국도로공사의 블로킹 라인이 어떻게 막아설 것인지가 관건이다.
● ‘창’ 김연경 vs ‘방패’ 배유나
지난 시즌 정규리그 6위에 그쳤던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두 시즌 만에 중국 무대에서 복귀하면서 창의 팀으로 거듭났다. 공격 성공률 1위(45.76%)인 김연경에 4위(42.79%) 옐레나(26·보스니아)가 버티는 ‘쌍포’가 흥국생명의 가장 큰 무기다.
190cm대 장신 듀오 김연경(192cm)과 옐레나(196cm)의 높이는 상대 팀을 압도한다. 팀 공격 성공률(40.99%)도 여자부 7개 구단 중 1위다. 팀 서브 득점에서도 이 부문 2위 옐레나(세트당 0.252개)의 활약에 힘입어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53)이 지난달 새로 부임하면서 창끝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두 날개 공격수를 활용하는 속도가 보다 빨라지고, 중앙 후위 공격의 비중도 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김연경은 흥국생명이 보유한 여자부 챔프전 최다 우승 기록을 4회에서 5회로 늘리겠다는 각오다. 이번 시즌 5승 1패로 우세한 상대 전적도 자신감의 원천이다.
시즌 내내 3위 자리를 지키던 도로공사는 5, 6라운드 한때 4연패에 빠지며 포스트시즌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막판 4연승으로 3위를 탈환하며 ‘봄 배구’ 막차 티켓을 따낸 데 이어 플레이오프(PO)에서는 2위 현대건설을 2연승으로 꺾고 챔프전 무대를 밟게 됐다.
수비 1위(세트당 8.625개) 리베로 임명옥(37)이 버티는 수비 라인에 블로킹 2위 배유나(세트당 0.771개), 3위 정대영(0.769개)의 블로킹 벽이 도로공사의 최대 강점이다. 블로킹이 강한 팀은 블로커가 막는 코스는 따로 막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수비 효율이 더 높아진다. PO를 치르고 온 체력 부담이 있긴 하지만 큰 무대에 강한 베테랑이 많다는 건 도로공사의 장점이다. 배유나, 정대영, 박정아(30) 등 주전 대부분이 FA 자격을 얻는 도로공사 역시 아름다운 마침표를 꿈꾼다.
● 4년 만에 챔프전에서 재회
흥국생명과 도로공사가 챔프전 무대에서 만나는 건 2018∼2019시즌 이후 4년 만이자 역대 세 번째다. 2018∼2019시즌에는 3승 1패, 2005∼2006시즌에는 3승 2패로 모두 흥국생명이 이겼다. 도로공사는 이번만큼은 설욕하겠다는 각오다.
최고의 무대에서 만나게 된 양 팀 선수들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수비 1위 도로공사 임명옥과 2위 흥국생명 김해란(39·세트당 7.797개)은 2015년 맞트레이드된 경험이 있다. 당시 KGC인삼공사에서 뛰던 임명옥은 김해란을 대신해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고, 김해란은 인삼공사를 거쳐 흥국생명에서 뛰고 있다.
또 배유나는 김연경의 안산서초등, 원곡중, 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 후배이고, 박정아는 김연경의 뒤를 이어 대표팀 주장을 맡은 인연이 있다. 지난해 흥국생명에서 뛰었던 도로공사 외국인 선수 캣벨(30·미국)은 옛 동료들과 트로피 경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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