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챔프전 4번째 격돌… 오늘 첫판
‘챔프전 직행’ 대한항공
‘지난 시즌 꼴찌’ 현대캐피탈
야구가 투수 놀음이라면 배구는 세터 놀음이다. 30일 오후 7시 대한항공 안방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막을 올리는 프로배구 2022∼2023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역시 세터 싸움에서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다. V리그 현역 최고 세터로 손꼽히는 대한항공 한선수(38)에게 현대캐피탈 김명관(26)과 이현승(22)이 도전장을 내민다.
‘더블 디펜딩 챔피언’이자 올 시즌에도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직행한 대한항공은 한선수의, 한선수에 의한, 한선수를 위한 팀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항공이 연달아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길 수 있었던 것도 한선수가 ‘코트 안의 야전 사령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항공 지휘봉을 잡고 있는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36·핀란드)은 한선수보다도 어리다.
이번 챔프전에서 승리하면 대한항공은 V리그 역대 두 번째로 세 시즌 연속 통합 우승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런 기록을 남긴 건 삼성화재뿐이었다. 삼성화재는 2011∼2012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정규리그와 챔프전에서 모두 정상에 섰다.
공교롭게도 당시 ‘삼성화재 왕조’를 이끌었던 유광우(38)가 현재 대한항공의 ‘부기장’으로 한선수를 돕고 있다. 각 세터가 토스한 공을 팀 동료가 스파이크로 연결했을 때 남은 공격 성공률을 보면 유광우(57.4%)는 여전히 한선수(57.6%)에게 밀리지 않는다. 유광우는 현대캐피탈 여오현 플레잉 코치(45)와 함께 V리그 개인 최다(9회) 우승 기록 보유자이기도 하다.
반면 지난 시즌 ‘꼴찌’ 현대캐피탈은 챔프전은 물론이고 포스트시즌 경험도 처음인 김명관(4년 차)과 이현승(신인)이 팀 공격 조율을 책임진다. 어떤 세터가 어떤 경기에 선발로 나설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한국전력을 2승 1패로 물리친 플레이오프에서도 1·2차전 때는 이현승을, 3차전 때는 김명관을 선발 세터로 내세웠다.
최 감독은 “김명관과 이현승은 서로 장점이 다르다. 김명관(195㎝)은 높이와 서브가 좋고 이현승은 나이에 비해 수 싸움에 능하다”면서 “경기 당일이 돼야 선발 세터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거꾸로 김명관은 경기 도중에도 기복이 나타나고 이현승은 위기 상황을 이겨내는 힘이 아직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경험이 부족한 두 세터로 챔프전을 치러야 하는 현대캐피탈은 ‘어게인 2018∼2019’를 기대한다. 현대캐피탈은 역시 대한항공과 챔프전 맞대결을 벌인 당시에도 주전 세터 이승원(30·현 우리카드)이 한선수에게 밀린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과는 챔피언 등극이었다. 김명관은 “(한선수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배울 점은 배우고 빼앗을 게 있으면 빼앗아 오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두 팀이 챔프전에서 맞붙는 건 이번이 네 번째다. 그전까지는 현대캐피탈이 두 차례, 대한항공이 한 차례 왕관을 썼다. 올 시즌 정규리그 상대 전적에서는 대한항공이 현대캐피탈에 5승 1패로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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