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2022~2023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SK 간판스타 김선형(35)의 별명이다. 플레이가 ‘번개(플래시)’처럼 빠르다고 해서 그 의미의 영어와 이름 선형의 ‘선’을 따서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지난 시즌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한데 이어 이번 시즌 정규리그 MVP까지. 프로농구 대표 스타임을 재차 확인하는 이 흐름 사이에서 그에겐 실제 많은 고민과 변화가 있었다. 농구 선수 30세를 환갑으로 취급하던 1980년대와 비교할 건 아니지만 30대 중반인 그에게 일부 팬과 농구인들은 ‘에이징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돼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 물음표를 적잖이 던졌다. 이번 시즌 개막 직전 만난 김선형은 그런 우려를 이겨내려고 변화를 준비했다며 구체적인 대응책을 기자에게 말해줬다. 그러나 정작 기사는 안 썼다. 새 시즌에 실행으로 옮길지 기다렸다.
● 150km에서 100km로… 스포츠카 버리고 ‘코트 디자인-조립의 맛’을 알다
“예전에는 무조건 150km 속도로 코트에서 달렸다면 이번 시즌에는 수시로 100km까지 줄이기도 할 겁니다. 절반까지 줄일 수도 있어요. 저속 변속을 해보니 주위가 더 잘 보이더라고요. 늦추니까 선택지가 많아지고 상대를 더 헷갈리게 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공 잡으면 무조건 달리는 스피드 농구를 했던 김선형은 ‘에이징커브’ 논란을 완급 조절 변수로 잠재우겠다고 했다. 그러면 어시스트가 늘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이번 시즌 경기당 어시스트 6.8개로 전체 1위에 올랐다. 2011~2012시즌 프로 데뷔 후 경기당 어시스트 6개를 처음 넘겼다.
“대표팀에 가면 후배들이 그러더라고요. 저 혼자 ‘원맨’ 속공으로 상대 두세 명을 달고 플레이를 하면 차라리 막기가 가능한데 제가 속도를 늦추면서 양쪽에서 동료를 뛰게 하고 뒤에 오는 자밀 워니까지 보고 있는 플레이를 하면 도대체 누구를 막아야 할지 정신을 못차리겠다고요. 이제 스피드보다는 ‘조립의 맛’, ‘해결의 맛’을 제대로 느껴야겠다 생각했어요.”
생각의 변화, 스타일의 전환은 적중했다. 스피드는 힘을 아끼고 있다가 쓸 때 썼다. SK가 수비 리바운드를 잡을 때 김선형이 골밑으로 와서 공을 받을 것이라는 상대의 예상을 거침없이 역이용했다. 김선형이 워니 등 동료들이 리바운드를 잡으면 측면 공간 방향으로 하프라인을 최대 속도를 내서 넘고, 긴 패스를 받아 속공 득점을 올린 경우만 보더라도 지난 시즌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이런 상황 외에는 동료들을 충분히 활용하며 상대와 패턴 밀당을 했다. 상대에게 고민을 더 주려고 작정한 김선형의 리딩이 통했다.
“상대가 보기에는 빠르게 뛰는 것 같은데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런 리딩이 이제 저에게 맞는 것 같아요. 저와 나이가 같은 NBA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는 동료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도 팀 득점을 생각하잖아요. 수비를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면서 ‘노마크’ 상황에 있는 동료들을 놓치지 않아요. 인간적으로 커리 혼자 100점을 넣을 수 없듯이, 저도 그래요. 제가 15점 정도 넣고 팀이 70~80점 넣어 100점 가까이 만들면서 자꾸 상대가 우리를 오판하게 만드는, 갈등을 유발하는 그런 농구가 팀에 가장 이상적이고 보기에도 재밌지 않을까 싶어요.”
김선형은 시즌 전 자신의 말대로 팀 농구를 했고, 오히려 그 결과 자신의 한 시즌 역대 최다 득점 기록(16.3점)도 새로 썼다.
● 전희철 감독이 내민 맞춤 통계… 믿고 따르는 출전의 맛
‘선택과 집중’. 전희철 SK 감독이 갖고 있는 이런 ‘김선형 활용법’을 김선형 스스로 철저하게 잘 소화한 면도 크다. 김선형은 시즌 전 “감독님은 제 출전 시간에 대한 기준을 확실하게 갖고 계시다. 시간별 저의 퍼포먼스 통계와 퍼포먼스에 따른 승률 통계를 다 계산해놓고 거기에 맞춘다”고 말했는데 효과적으로 지켜졌다.
이번 시즌 김선형의 경기당 출전 시간은 32분. 최준용의 부상으로 출전 시간이 계획보다 늘어났지만 전 감독은 ‘팀이 집중을 해야할 때’ 김선형이 힘을 다 쓰도록 시간 관리를 철저하게 했다.
전 감독은 “쿼터별로 평균 7~8분 정도 뛰게 하면서 휴식 시간은 5분 이상 넘기지 않도록 한다. 그러면서 베스트 퍼포먼스의 시점을 3쿼터에 맞췄다. 지난 시즌보다 출전 시간이 늘어났음에도 오히려 체력이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들어가라면 들어가고 나오라면 나오는 게 저에게 최상”이라던 김선형은 “출전 시간 관리가 되면서 동료들이 각자 자기의 역할 할당량을 100% 채울 수 있도록 하는 그림을 내가 확실하게 그려줄 목표가 생겼다”고 시즌 전 말했는데 본인이 생각하던 이타적인 리딩을 다양하게 실천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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