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간다. 프로배구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이 최종 5차전에서 승부를 가리게 됐다. 한국도로공사가 4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챔프전 4차전에서 흥국생명에 1, 2차전을 내주며 패색이 짙었던 도로공사는 안방에서 열린 3, 4차전을 모두 따내는 저력을 보였다.
기선은 흥국생명이 잡았다.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외국인 선수 옐레나가 나란히 7득점 하며 1세트를 선취했다. 시리즈에 마침표를 찍으려는 듯 보였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2세트 10-9에서 외국인 공격수 캣벨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전새얀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경기 초반 스윙 리듬이 좋지 않았던 캣벨이 힘을 빼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짧은 휴식을 취하고 나온 캣벨은 2세트에만 8득점 하며 승부의 흐름을 바꿨다.
승부처 3세트에선 숨 막히는 접전이 이어졌다. 1, 2세트를 하나씩 나눠 가진 양 팀은 흥국생명의 15-14, 1점 차 리드부터 도로공사의 23-22 리드 때까지 어느 팀도 2점 차로 달아나지 못하고 1점 차 공방을 되풀이했다. 팽팽한 접전은 흥국생명 옐레나의 후위 공격이 선을 벗어나면서 도로공사의 24-22, 2점 차 리드로 벌어졌다. 이어 흥국생명 김연경의 공격이 다시 나가면서 세트가 마무리됐다.
승부의 하이라이트는 4세트였다. 흥국생명이 21-16까지 앞서며 5세트로 승부가 이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19-22에서 문정원이 강한 서브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든 데 이어 선수들이 수비에서 고른 활약을 펼치며 끝내 22-22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23-23 동점에서 캣벨이 연속 공격에 성공하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캣벨은 이날 양 팀 최다인 30득점(공격 성공률 43.28%)을 기록했다. 경기 뒤에는 눈물을 쏟기도 했다. 도로공사는 4세트에만 40개의 디그 성공을 기록하며 시리즈를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1차전 뒤 김연경이 “도로공사는 언제나 기본 이상은 하는 팀이다.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다”라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
경기 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솔직히 힘들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선수들이 코트 안에서 재밌게 하더라. 서로 공을 건져 올리려는 모습이 오늘 (승리가) 가능하겠다고 느끼게 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선수단의 정신적인 부분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선수들이 우승을 두려워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 기회가 아쉽다”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탄력을 받은 도로공사는 V리그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챔프전 ‘리버스 스윕’에 도전한다. 5전 3선승제로 치러진 역대 14번의 여자부 챔프전에서 1, 2차전을 내준 팀이 3, 4, 5차전을 연이어 따내며 우승한 건 아직 한 번도 없다. 1, 2차전 패배 뒤 3, 4차전을 따낸 것도 도로공사가 처음이다. 7전 4선승제로 치러진 2차례 챔프전(2009~2010, 2010~2011시즌)에서도 리버스 스윕은 없었다. 1, 2차전을 이긴 팀이 모두 챔프전 우승하는 100%의 확률을 안은 흥국생명과 0%의 확률 깨기에 도전하는 도로공사의 최종 5차전 승부는 6일 오후 7시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다.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승리 가능성은 50대 50. 우승하지 못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안방 팬들이 많이 도와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올 시즌 전문가들이 우리 팀을 5, 6위로 예상했는데 (챔프전까지 오르면서) 이변을 가져왔다. 더 이상 선수들에게 할 말 없다. 열심히 해줬기 때문에 0퍼센트 확률에 도전할 만하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