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계 미국인 릴리아 부(26)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더 셰브론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호수의 여인’이 됐다.
부는 24일 미국 텍사스주 우들랜즈 더 클럽 칼턴우즈(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부는 중국계 미국인 에인절 인(25)과 동타가 돼 연장 승부에 들어갔다. 18번홀에서 진행된 1차 연장에서 인이 파 퍼트를 앞두고 있을 때 부가 버디를 따내며 우승 상금 76만5000달러(약 10억2000만 원)를 챙겼다. 앞서 2월 혼다 타일랜드 대회에서 투어 첫 승을 거둔 부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올 시즌 투어 첫 다승자가 됐다.
챔피언 세리머니로 연못에 뛰어든 부는 “전날 17번홀 연못에서 뱀을 봐서 (뛰어들지 말지) 생각했었는데 감정이 고조되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쳐서 그냥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대회 장소가 바뀐 올해에도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18번홀 근처 연못을 정비하면서 악어 등 야생동물을 막는 그물망을 설치했다. 지난해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이 대회는 우승자가 18번홀 그린 옆 ‘포피스 폰드’에 뛰어드는 게 전통이었다.
부는 이번 대회 3라운드까지 6언더파 210타로 공동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11위였다. 4라운드 들어 후반 10∼16번홀에서 파 행진을 이어간 부는 17, 18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따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이어갔다. 연장전에서는 경쟁자 인이 두 번째 샷을 물에 빠뜨려 유리한 상황을 맞았지만 그린 바깥에서 친 퍼트가 생각보다 홀 가까이에 붙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약 4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승부를 끝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운틴밸리에서 태어난 부는 ‘보트피플’의 손녀로 외할아버지가 1982년 가족들과 함께 배를 타고 공산화된 베트남을 탈출한 뒤 미국에 정착했다. 부는 이날 우승 뒤에도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외)할아버지 덕분”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초기 세상을 떠난 외할아버지를 기리며 “심장 질환으로 입원해 있던 할아버지는 마지막으로 내게 ‘최선을 다하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 선수 중에는 김아림(28)과 양희영(34)이 최종 합계 8언더파 280타로 공동 4위, 고진영(28)이 7언더파 281타로 공동 9위를 하며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