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서 10개 던져 7개나 성공
엉거주춤 한손 슛에 SK 웃어
넣으면 사기 쑥, 당하면 맥 빠져
국내 프로농구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명 ‘막슛’으로 불렸던 슛이 있다. 던지는 자세가 듣도 보도 못한, 말 그대로 막 던지는 슛이라는 의미였다. 소속 팀 외국인 선수가 이 슛을 던지자 ‘농구를 잘못 배웠다’ ‘근본 없는 농구를 한다’고 야단치면서 자세 교정을 시도했던 감독도 있었다. 2000∼2001시즌 당시 SBS에서 뛰면서 득점왕에 올랐던 외국인 선수 데니스 에드워즈가 이 슛을 잘 던졌는데 국내 언론들이 ‘막슛’이라고 표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자 “폼이 좀 특이하긴 하지만 다른 슛처럼 정식 용어가 따로 있다. 앞으로는 ‘플로터(floater)’로 써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막슛’으로 불렸던 이유는 한손으로 던지는 폼이 다소 엉거주춤해 보였기 때문이다.
25일 SK의 승리로 끝난 2022∼2023시즌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7전 4승제) 1차전이 끝난 뒤 플로터가 화제가 됐다. SK는 정규리그 1위 팀 KGC를 77-69로 꺾었는데 가드 김선형(22득점)과 외국인 센터 자밀 워니(23득점)가 플로터로만 30점을 쌓았다. 이날 플로터 슛 10개를 던져 7개를 성공시킨 김선형은 “초반에 잘 들어가 많이 시도했고 집중해서 던졌다”고 했다.
‘티어 드롭(tear drop)’으로도 불리는 플로터는 미사일을 고각(高角)으로 쏘아 올리듯이 림 가까이에서 오버핸드로 공을 높이 띄워 올리는 슛이다. 높은 포물선을 그리기 때문에 장신 센터도 막아내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플로터를 막으려면 슈터 앞에 바짝 다가서는 수밖에 없다.
김선형은 이날 경기 후 “상대 센터가 플로터를 견제하려면 림에서 멀어져 앞으로 나오는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골밑이 비게 된다”며 “수비가 나오면 골밑으로 패스를 넣었고 자리를 지키면 플로터를 던졌다”고 했다. 플로터는 또 스피드가 붙은 상태에서 시도하는 레이업과는 달리 상대 수비 움직임을 봐가며 던지는 슛이기 때문에 막혔을 때 패스 길을 찾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한 이점이 있다.
김선형은 국내 현역 선수 중 플로터 슛 1인자로 통한다. 챔프전 1차전을 이틀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한 KGC 가드 변준형이 “플로터를 정말 잘 넣던데 연습을 많이 하냐”고 물어봤을 정도다. 김선형이 “플로터를 따로 연습하지는 않는다”고 했는데 옆에 있던 김상식 KGC 감독은 “내가 국가대표 감독일 때 (김선형이) 밤에 플로터 슛 연습하는 걸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선형은 또 “후배들이 가르쳐 달라고 해서 보여준 것”이라며 웃었다.
전희철 SK 감독은 1차전 승리 후 “둘이 계속 플로터만 던졌다”며 “선형이와 워니가 쏘아대는 플로터에 상대 팀은 맥이 빠지고 우리 팀은 사기가 올라갔다”고 했다. 전 감독은 또 “선형이와 워니의 투맨 게임을 막는 방법을 아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알아도 말 못 한다. 하지만 플로터는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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