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태(26·키움·사진)는 지난해 11월 7일 인천 문학구장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이렇게 자책했다. 키움은 이날 시리즈 전적 2승 2패로 맞선 상황에서 SSG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 4승제) 5차전을 치렀다. 최원태는 팀이 4-2로 앞서 있던 9회말 마무리 투수로 등판했지만 김강민(41)에게 끝내기 역전 홈런(3점)을 얻어맞고 말았다. 키움은 다음 날 열린 6차전마저 패해 SSG에 우승 트로피를 넘겨줘야 했다.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최원태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경험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내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 팀이 우승을 놓쳤다는 생각에 동료들에게 정말 미안했다”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변화를 줘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최원태가 선택한 변화는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흔히 ‘직구’라고 부르는 포심 패스트볼은 투수에게 가장 기본적인 구종이다. 그러나 최원태에게 빠른 공은 곧 투심 패스트볼(싱커)이었다. 지난해 전체 투구 가운데 42.5%가 투심인 반면 포심은 2.8%밖에 되지 않았다.
최원태 역시 모교 서울고에 창단 후 황금사자기 전국고교대회 첫 우승을 안긴 2014년까지만 해도 포심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듣던 투수였다. 스스로도 “포심에 자부심이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1군 데뷔 후 첫 시즌이던 2016년 평균자책점 7.23에 그치면서 포심에 대한 자부심이 흔들렸다. 결국 그는 박승민 당시 팀 투수코치(46·현 한화 코치)의 조언에 따라 포심을 버리고 아래로 떨어지는 투심을 던지기 시작했다.
최원태는 투심을 처음 익힌 2017년부터 3년간 11승(7패), 13승(7패), 11승(5패)을 거두며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완전히 꿰찼다. 2018년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국가대표로 뽑히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이후로는 한 번도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지 못했다. 2021년에는 개인 최다인 11패(9승)를 당하기도 했다.
최원태는 “내 투구 레퍼토리를 상대에게 간파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심이 주 무기인데 어떻게 던져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게 답답했다”며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커졌고 비시즌 동안 포심을 다시 훈련했다”고 말했다.
최원태는 비시즌 롱토스 훈련을 통해 포심 최고 속도를 지난해 시속 148.0km에서 올해 150.8km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번 시즌 전체 투구 가운데 27.2%를 포심으로 던지고 있다. 효과도 좋다. 최원태의 포심 피안타율은 0.200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투심을 버린 건 아니다. 전체 투구 가운데 15.7%는 여전히 투심이다. 최원태는 경기마다 노병오 투수코치(40)와 상의해 포심과 투심 중 그날 구위가 더 좋은 공을 주력으로 던지고 있다. 그러면서 성적도 좋아졌다. 이번 시즌 4경기에 선발 등판한 최원태는 경기당 평균 6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데뷔 후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2.16)을 기록 중이다.
최원태는 “지난 시즌에는 공을 던질 때 스스로도 확신이 부족했는데 올해는 시즌 초부터 자신감이 든다”며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 불펜으로 1이닝 넘게 뛰어보니 체력 소모 때문에 다음 경기 때 많이 힘들더라. 앞으로 내가 선발 투수로 나가는 날에는 불펜 동료들이 멀티 이닝을 맡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포심 vs 투심 패스트볼
검지와 중지를 실밥(seam) 네 개에 걸쳐 던지는 포심은 야구에서 가장 빠른 구종이다. 투심은 검지와 중지를 실밥 두 개에 나란히 걸쳐 던지며 상대적으로 느린 대신 타자 앞에서 가라앉아 땅볼 유도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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