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11일 밤 “최원호 퓨처스 감독을 구단의 제13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마지막 시즌을 보내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는 계약을 해지했다.
최원호 감독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수베로 감독님이 팀을 이끄시면서 선수들이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했고, 어린 선수들도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고 전임자에 인사를 전했다.
이어 “이런 과정을 거쳐온 만큼 이제는 조금 더 확률이 높은 포지션에 배치해 안정적인 팀으로 바꿔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책임감을 내비쳤다.
3년 전과 같으면서도 다른 등장이다.
최 감독은 2020년에도 시즌 중 한화 1군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한화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팀이 14연패 수렁에 빠진 가운데 6월7일 한용덕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위기에 봉착한 한화는 최원호 퓨처스 감독에게 1군 대행을 맡겼다. 승률 0.233(7승23패)의 팀을 이어 받은 최 감독은 그해 감독대행으로 114경기를 소화하며 이 기간 승률 0.351(39승3무72패)를 작성했다. 역대 KBO리그 최장 감독대행 기록도 남겼다.
이후 퓨처스 감독으로 되돌아간 최 감독은 올해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이번엔 대행이 아닌 정식 감독이다.
팀 상황도 조금 다르다.
올해도 하위권으로 출발한 한화는 11일까지 9위(11승1무19패)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분위기는 상승세다. 최근 6경기에서 5승1패를 거두면서 조금씩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초 구단은 지난달 말 팀이 6연패에 빠진 사이 감독 교체 논의를 시작했지만, 구단 재가를 기다리는 동안 팀이 승리를 쌓기 시작하면서 나아지는 분위기 속에서 감독을 교체하게 됐다.
분위기를 수습해야 한다는 3년 전 압박감과는 또 다른, 좋은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팀이 원하는 바도 바뀌었다. 3년 전에는 길어지는 연패로 일찌감치 무너진 팀을 수습하는 역할을 기대 받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결과’를 내야 한다.
손혁 한화 단장은 수베로 감독의 경질에 대해 “아직도 포지션, 타순 등을 실험적으로 하고 있다고 봤다. 올해 주요 타순이나 포지션, 투수 역할이 셋업이 돼야 한다. 그래야 내년에 더 나은 승부를 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행인 점은 그 사이 최 감독에게도 ‘경험’이 쌓였다는 점이다.
퓨처스 감독 첫 해 1군 감독대행으로 투입됐던 최 감독은 지난해 퓨처스리그 역대 최다 14연승을 작성하며 북부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최원호 감독은 2020시즌을 두고 “그때는 정말 정신이 없었다. 지금도 시즌 중 갑자기 선임이 돼 얼떨떨하지만 3년 전에는 정말 정신이 없었다”고 떠올리고는 “그때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꾸리며 미래를 도모했던 3년 전과는 달리 이제는 결과를 내야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다. 최 감독은 “투수를 혹사시키면서까지 이겨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이기고 납득할 만한 운영을 해야 한다. 파트 코치들의 의견도 많이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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