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서’ 같았던 프리뷰, 이대로 승리한 디펜딩 챔피언[김배중 기자의 볼보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1일 21시 06분


울산 선수들이 21일 열린 수원과의 프로축구 K리그1 방문경기에서 1-1로 맞서던 전반 40분 김영권의 골에 기뻐하고 있다. 지난 시즌 K리그에 데뷔한 김영권은 이날 K리그 첫 골을 넣었다. 이날 울산은 수원에 3-2로 승리하며 6연승을 달렸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징크스 씹어먹는 MB볼 이제는 빅버드에서 승전고 울릴 때가 됐다!”

2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 수원의 프로축구 K리그1 14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울산은 ‘울산 vs 수원 프리뷰’라고 적힌 제목의 자료를 배포했다. 첫 번째 소제목에는 징크스를 깨겠다는 각오가 담겼다. 홍명보 울산 감독 취임 이후 울산은 수원을 상대로 안방경기에서 4승 1무를 기록했다. 하지만 방문경기에서 1무 2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두 번째 소제목은 ‘결국 이기제의 왼발에서 시작된 병수볼의 첫 골’로 수원의 득점 패턴에 대한 분석이 적혔다. 지난 시즌 수원은 44골로 K리그1 12팀 중 득점 10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코너킥 득점이 12골로 1위, 코너킥과 프리킥으로 파생된 ‘세트피스 득점’은 14골로 울산과 수원FC(15골)에 이은 공동 3위였다. 올 시즌 초만 해도 수원은 세트피스 득점이 없었는데, 김병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수원이 기록한 첫 득점이 이기제의 왼발에서 시작된 골이었다. 김 감독 부임 후 수원다운 골이 터졌던 13일 강원전에서 수원은 2-0 승리를 거뒀다.

세 번째 소제목은 ‘촘촘한 듯 헐거운 수원의 수비, 이제는 엄원상이 빛날 때’라고 적혔다. 울산의 수원 수비에 대한 분석은 “수비 시 5-3-2 포메이션 형태로 수비라인을 형성하고 중앙으로 들어오는 패스를 적극 차단한다”면서도 “(그럼에도) 슈팅 허용 횟수가 많은 편인데, 양 측면 윙백들이 압박할 때 수원 수비가 놓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울산-수원전을 앞두고 울산에서 취재진들에게 배포한 프리뷰 자료. 울산 제공
울산-수원전을 앞두고 울산에서 취재진들에게 배포한 프리뷰 자료. 울산 제공

일종의 ‘참고 거리’였던 경기 전망은 이날 ‘예언서’로 경기 뒤 화제가 됐다. 울산이 전반 5분 페널티지역 왼쪽 지점에서 때린 루빅손의 왼발 발리슛으로 1-0으로 앞서가자 수원은 3분 뒤인 전반 8분 프리킥 상황에서 이기제의 크로스에 이은 안병준의 오른발 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전반 40분 울산의 김영권이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왼발 중거리 슛을 성공시켜 2-1로 앞서가자, 다시 수원은 이기제의 프리킥 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 16분 이기제가 페널티지역 우측 라인 밖에서 왼발로 감아 찬 슛은 울산 왼쪽 골 기둥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기제에게 알고도 두 번 골을 허용한 울산은 그럼에도 이겼다. 후반 38분 페널티지역 안에서 울산 설영우가 수원 이상민에게 파울을 당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페널티지역 안에 수원 선수 6명이 있었는데, 김영권의 발끝에서 마틴 아담의 머리, 설영우로 이어지는 패스에 대응하는 집중력이 순간적으로 흐트러졌다. 후반 40분 키커로 나선 마틴 아담이 결승골을 성공했고 울산은 이 골을 끝까지 지켰다. 홍 감독은 울산 지휘봉을 잡은 이후 수원 안방에서 첫 승리를 거두며 수원 안방인 빅버드 무승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울산 관계자는 “현장에서 속이 쓰렸다”며 멋쩍어했다. 유인물에서의 ‘선언’대로 홍 감독이 수원의 취약점을 공략해 빅버드 징크스에서 끝내 벗어났지만 또한 유인물에서 콕 짚은 수원의 ‘장기’가 두 번이나 연출돼 울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팀이 6연승에 성공해 기쁘다고 한 관계자는 “앞으로도 정성을 들여 자세하면서도 간결한 자료를 계속 준비 하겠다”며 웃었다. 이날 6연승에 성공한 울산은 12승 1무 1패 승점 37로 2위권(승점 24)과의 승점 차를 13으로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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