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KGC 감독(55)은 8일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2022∼2023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우승 세리머니 장면으로 바꿨다. 그 전에는 정규리그 우승 사진, 이보다 더 전에는 3월 5일 끝난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우승 사진이었다. 챔프전이 끝나고 열흘이 지난 17일 팀 안방인 경기 안양체육관에서 만난 김 감독은 “MZ세대 선수들과 어울리려면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며 웃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김 감독의 프로필 사진 주요 테마는 산(山)이었다. 2018년부터 남자 국가 대표팀 감독을 지냈던 그는 2022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대표 선수 선발 문제로 잡음이 들리자 지난해 4월 감독석에서 내려왔다. 김 감독은 “그때만 해도 농구판에는 다시 못 돌아올 줄 알았다”고 했다. 대표팀 감독 자리를 내놓은 뒤 제주도로 ‘한 달 살기’를 하러 떠난 그는 KGC에서 감독 제안이 와 열흘 남짓 만에 제주 생활을 접었다.
그리고 부임 첫해 통합 우승은 물론이고 EASL 초대 챔피언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그런데 사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우승과는 큰 인연이 없는 사람이었다. 김 감독은 “고려대 재학 중에도 1학년 때 빼고 정기 고연전에서 계속 졌다”고 말했다. 지도자가 된 뒤에는 늘 ‘대행’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KGC 전신인 KT&G에 이어 오리온스에서 감독 대행을 맡았던 그는 2008∼2009시즌 오리온스 정식 감독으로 취임했지만 성적 부진으로 9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김 감독은 오리온스에서 사퇴한 뒤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로 연수를 떠났다. 당시 레이커스는 NBA 정상을 11번 차지한 필 잭슨 감독(78)이 지휘하던 팀이었다. 김 감독은 “팀 분위기는 자유롭지만 운동을 할 때는 집중해서 하는 게 당시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나도 처음 감독을 했을 땐 지도자는 무조건 혼내고 지적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꼭 다그쳐야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바꿔보고 싶었다”고 했다.
‘바꿔볼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김 감독은 미국에서 돌아온 뒤에도 삼성과 대표팀에서 다시 감독 대행을 지냈다. 김 감독은 “‘내 운이 여기까지인가 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다시 프로팀 감독석에 앉기까지는 총 13년이 걸렸다.
안양체육관 감독실에 들어서면 선수들 대소사를 깨알같이 적어 놓은 ‘월중행사 및 계획표’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김 감독은 비시즌에도 선수들 대소사를 챙기느라 바쁘다. 15일에는 상무에 입대한 변준형(27)과 한승희(25)를 충남 논산시에 있는 육군훈련소까지 직접 배웅하기도 했다. 선수 생일에도 장문의 축하 메시지를 보낸다.
김 감독은 20일이 생일이었던 오세근(36)에게는 평소보다 긴 메시지를 보냈다. KGC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오세근이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챔프전 상대였던 SK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FA는 선수가 자신의 가치를 보상받는 제도인데 감독이 정을 앞세워 얘기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어차피 가게 됐으니 SK에서 잘했으면 한다”며 “나도 남아 있는 선수들 그리고 (FA로) 새로 온 정효근(30), 최성원(28)과 함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19일 카카오톡 프로필을 시즌 개막 전처럼 한 절에서 찍은 사천왕 사진으로 되돌려놓았다. 김 감독은 “다시 시작해보자는 뜻으로 바꿨다. 다른 팀의 전력이 워낙 좋아졌지만 우리도 코치진과 머리를 맞대고 다시 잘 준비해보겠다”며 “어려운 상황에 있는 팀도 많이 맡아봤으니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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