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여복 전지희-신유빈
세계1위 꺾고 36년만에 결승 올라
또 다른 만리장성에 막혀 준우승
장우진-임종훈은 2연속 남복 銀… 남녀 단식은 아무도 8강 못올라
‘삐약이’ 신유빈(19·대한항공)이 한국 여자 탁구 선수로는 양영자(59), 현정화(54)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띠동갑 차이가 나는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와 짝을 이룬 신유빈은 2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2023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개인 복식 결승에서 중국의 왕이디(26)-천멍(29) 조에 0-3(8-11, 7-11, 10-12)으로 패했다.
세계랭킹 12위 신유빈-전지희 조는 전날 준결승에서 세계 1위 쑨잉사(23)-왕만위(24·이상 중국) 조를 3-0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지만 ‘만리장성’을 연달아 두 번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지희는 중국 허베이성 출신으로 중국 청소년 대표까지 지냈고 2011년 한국으로 귀화한 선수다.
한국 여자 탁구 선수가 세계선수권 개인 복식 결승에 오른 건 1987년 뉴델리 대회 당시 양영자-현정화 조 이후 36년 만이다. 양영자-현정화 조는 당시 세계선수권 우승에 이어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식까지 합쳐도 1993년 예테보리 대회에서 현정화가 우승한 뒤 세계선수권 개인전 결승에 오른 한국 여자 선수는 신유빈, 전지희가 30년 만에 처음이다. 신유빈은 “결승에서 패해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목표로 했던 메달을 따게 돼서 기쁘기도 하다”며 “9월에는 지희 언니와 항저우 아시아경기에도 함께 나간다. 이번 대회에서 중국의 두 팀을 상대해 봤으니 아시아경기에서는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신유빈은 이어 “2021년 휴스턴 세계선수권에서 부상을 당했다”고 말한 뒤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자 전지희가 “그때의 어려움을 통해 이렇게 좋은 날이 왔다”며 신유빈을 다독였다. 신유빈은 개인 첫 세계선수권 무대였던 당시 대회 단식 1회전을 치른 뒤 피로 골절이 재발해 대회 일정을 다 마치지 못하고 귀국했다. 결국 지난해 5월 손목에 핀을 박는 수술을 받았다.
장우진(28·미래에셋증권)-임종훈(26·한국거래소) 조도 이번 대회 남자 복식 은메달을 땄다. 두 선수는 2021년 대회에 이어 세계선수권 2회 연속 준우승 기록을 남겼다. 장우진은 “한국 남자 복식 선수로 세계선수권 결승에 연달아 두 번 오른 건 내가 처음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이 든다”고 말했다. 조대성(21)-이상수(33·이상 삼성생명) 조는 남자 복식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탁구가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3개 이상 딴 건 2003년 파리 대회(은메달 1개, 동메달 2개) 이후 20년 만이다. 이를 두고 탁구계에서는 지난해 한국프로탁구리그(KTTL)가 출범하면서 선수들의 실전 경험이 늘어나고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추천 전형’을 폐지하면서 실력으로만 선수를 선발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1년 도쿄 올림픽 이전까지는 ‘복식 선수 간 호흡이 중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추천으로도 국가대표 선수를 뽑았다.
단식에서는 한국 남녀 선수 그 누구도 8강에 오르지 못했다. 안재형 KTTL 위원장(58)은 “냉정하게 말하면 단식에서 이겼어야 하는 상대에게 진 사례는 없다고 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중국, 일본보다 단식 실력이 떨어지다 보니 복식 훈련에 시간을 더 할애하게 되고 그러면서 단식 기량이 더욱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올림픽 탁구에서는 남녀 개인 복식이 사라졌다. 대신 들어간 남녀 단체전도 4단식 1복식으로 단식 비중이 더 크다. 아시아경기에서는 항저우 대회부터 남녀 복식이 부활하지만 단체전은 5경기를 전부 단식으로만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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