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부산고, 창단 76년만에 황금사자기 첫 우승
선린인터넷고 상대 12득점 맹타… 마운드에선 성영탁 호투 빛나
57년전 결승 패배 완벽하게 설욕… 4대 메이저대회 우승 퍼즐도 완성
“50년 넘는 恨 풀었다” 동문 감격
《부산고 교가(유치환 작사·윤이상 작곡)
아스라이 한겨레가 오천재를 밴 꿈이 세기의 굽잇물에 산맥처럼 부푸놋다 배움의 도가니에 불리는 이 슬기야 스스로 기약하여 우리들이 지님이라 스스로 기약하여 우리들이 지님이라》
1947년 창단한 부산고 야구부가 ‘4전 5기’ 끝에 황금사자기 첫 우승을 차지했다.
부산고는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재개된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에서 선린인터넷고를 12-3으로 꺾고 황금사자기 정상에 올랐다. 이날 승리로 부산고는 57년 전 이 대회 결승에서 당한 패배도 설욕했다. 두 학교는 1966년 제20회 대회 결승에서 맞붙었는데 당시 선린인터넷고가 4-0으로 이겼다.
부산고는 지난해까지 고교야구 4대 메이저대회(황금사자기, 청룡기, 대통령배, 봉황기)에서 13번이나 우승한 야구 명문교다. 하지만 유독 황금사자기와는 인연이 없었다. 1965, 1966, 1972, 1992년 대회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패해 준우승만 네 차례 했다. 부산고는 황금사자기 정상까지 밟으면서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대회 모두 우승)을 달성했다.
27일 열린 두 학교의 결승전은 1회초 도중 빗줄기가 굵어져 경기가 중단됐고 결국 서스펜디드(일시 정지) 경기가 선언됐다. 29일 경기는 선린인터넷고의 1회초 무사 1, 2루 상황에서 재개됐다. 후속 세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1회초를 실점 없이 넘긴 부산고는 1회말 공격부터 7회말까지 매 이닝 득점하며 선린인터넷고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1회말 1사 3루에서 3번 타자 이찬우(3학년)의 2루수 앞 땅볼 때 선제 점수를 뽑은 부산고는 2회 안지원(1학년)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났다. 3회에는 양혁준(3학년)과 최민제(1학년)가 잇따라 적시타를 때리며 2점을 추가했다.
부산고는 5-2로 추격당한 5회말 공격에서 상대 수비 실책과 안지원의 2타점 3루타로 4점을 보태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에이스 김태완(3학년)이 채 5회를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간 선린인터넷고는 불붙은 부산고 타선을 막지 못했다.
부산고 타자들은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하며 14안타를 합작했다. 안지원이 3안타 3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다. 양혁준, 박재엽(2학년), 박찬엽(2학년)은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기록했다.
부산고 마운드에서는 성영탁(3학년)의 호투가 빛났다. 팔꿈치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나서지 못한 에이스 원상현(3학년) 대신 마운드를 책임진 성영탁은 이날 6이닝 5피안타 3볼넷 3실점(2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커브를 앞세워 삼진을 12개나 잡아냈다. 이번 대회 세 경기에 등판해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10을 기록한 성영탁은 우수투수상을 받았다. 이후 김동후(2학년)와 조민우(3학년)가 각각 2이닝, 1이닝을 책임지며 승부를 마무리했다.
부산고 38회 졸업생 장재규 총동창회 부회장(57)은 “황금사자기에서만 우승이 없어 동문들이 늘 아쉬워했는데 오늘 우승했으니 앞으로도 황금사자기와 좋은 인연을 계속 이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1972년 대회 군산상고와의 결승전에서 9회말 4-5로 역전패할 당시 3루수로 뛰었던 부산고 26회 졸업생 김문희 씨(68)는 “50년 넘게 갖고 있던 한(恨)을 후배들이 풀어줘서 너무 기특하다”고 말했다.
황금사자기 통산 6번째 우승에 도전했던 선린인터넷고는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열세를 절감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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