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회 황금사자기를 빛낸 ‘공포의 1학년’[강홍구 기자의 와인드업]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30일 12시 56분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이 29일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부산고가 선린인터넷고에 12-3 승리하며 1947년 창단 후 첫 황금사자기 정상에 섰습니다. 4대 메이저대회 중 유일하게 황금사자기 우승이 없었던 부산고는 그랜드슬램을 이뤘습니다.

이번 77회 대회의 특징을 하나 꼽자면 1학년들의 맹활약이었습니다. 결승에서 맞붙은 부산고, 선린인터넷고 외에도 4강 진출팀인 강릉고, 대구상원고까지 더하면 선발자리를 꿰찬 1학년 타자가 4명이나 됐습니다. 2학년까지 범위를 넓히면 4팀의 선발타자 36명 중 44.4%인 16명이 1,2학년이었습니다. 과거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대학입시 등을 위해 3학년들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주던 관행이 조금씩 사라지고 실력 있는 1,2학년들이 적극 기회를 얻는 모양새입니다.

부산고 안지원.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대회를 빛낸 1학년을 꼽자면 단연 부산고의 안지원(16)이 꼽힙니다. 부산고의 2번타자 안지원은 대회기간 18타수 10안타(타율 0.556) 9타점 3득점 맹활약하며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습니다. 타격상, 최다안타상, 최다타점상까지 싹쓸이하며 우승과 함께 4관왕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부산중 시절 투수로도 뛰었던 안지원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처럼 투타겸업도 꿈꾸고 있습니다. 올해는 팀 사정상 외야수를 맡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본격 마운드에도 오를 전망입니다. 박계원 부산고 감독은 “방망이가 뛰어난데 투수 욕심까지 있어서 큰일이다”라며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안지원과 ‘타격왕 집안경쟁’을 했던 부산고 1학년 최민제(16)의 활약도 빛났습니다. 팀의 1루수, 2루수를 맡았던 최민제는 대회 기간 16타수 8안타(타율 0.500) 5타점 6득점 등을 기록하며 안지원 못지않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결승전을 앞두고 안지원과 나란히 타율 0.500을 기록했던 최민제는 결승전에서도 2타수 1안타 활약했습니다. 그러나 안지원이 4타수 3안타를 기록하면서 타이틀의 향방이 갈렸습니다.

선린인터넷고 최재영.
우승은 놓쳤지만 선린인터넷고 1학년 최재영(16)의 활약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팀의 1번타자를 맡은 선 최재영은 대회 기간 총 6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최다도루상을 품에 안았습니다. 선린인터넷고의 팀 도루 1위(21개)의 1등 공신 역할을 했습니다. 안타 4개로 타율(0.200)은 높지 않았지만 볼넷, 몸 맞는 공을 10개나 기록하며 출루율 0.467로 팀이 기대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대회기간 팀의 우익수, 1루수를 맡았던 최재영의 주 포지션은 유격수입니다. MLB 김하성(28·샌디에이고)이 롤 모델이라는 최재영이 앞으로 어떤 선수로 성장할지 기대하게 합니다.

강릉고 이지후.


준결승 문턱을 넘진 못했지만 강릉고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1학년들이 있습니다. 외야수 이지후(16)는 팀의 붙박이 1번타자로 나서 타율 0.400에 1홈런 5타점 4득점 맹활약했습니다. 안산공고와의 2회전에서는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대회 1학년 선수의 유일한 홈런입니다. 이밖에 성남고와의 8강전에서는 텍사스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는 슈퍼캐치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앞서 신세계 이마트배 대회에 강릉고가 결승에 진출하면서 올해에만 총 17경기를 소화한 이지후는 77타석을 소화하면서 삼진은 단 2개만 기록할 정도로 정교한 타격 실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투수 중에는 강릉고 1학년 박지훈(16)이 눈길을 끕니다. 박지훈은 이번 대회 강릉고의 5경기에 모두 등판해 16이닝을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 1.69의 짠물 피칭을 펼쳤습니다. 5경기 중 3경기에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앞서 신세계 이마트배 대회 덕수고와의 결승전에도 깜짝 선발 등판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전국대회에서도 활약을 기대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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