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후 2개월이 지난 시점, 드디어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의 본 모습이 나오는 것일까. 이정후가 지난 한 주 뜨거운 방망이를 뽐내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이정후는 지난 5월30일부터 6월4일까지 진행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에서 주 6경기에 모두 출전해 23타수 11안타(0.478)를 기록했다.
규정 타석을 채운 이들 중 주간 타율 전체 1위다. 이정후는 6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뽑아냈고 이 중 4경기에서 멀티히트를 쳤다.
홈런도 2개나 뽑아냈는데 2개 모두 결정적인 순간에 나왔다. 지난달 31일 한화 이글스전에선 만루홈런을 때려냈고, 4일 SSG 랜더스전에선 2-3으로 뒤지던 8회초 동점 솔로홈런을 쳤다. 두 경기 모두 키움이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타격 5관왕에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받았던 이정후는 올 시즌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이 중 하나였다. 올 시즌이 끝난 뒤 해외 진출을 선언했기에 국내에서 선보이는 마지막 시즌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 초반 누구도 예상치 못한 부진을 보였다. 타격폼을 변경하면서 한 발 더 나가겠다는 의도였는데 타격 부진과 맞물리면서 침체가 길어졌다. 결국 5월부터는 다시 원래의 타격폼으로 돌아왔는데도 조정 기간이 꽤 필요했다.
2할대 초중반에 허덕이는 이정후의 타율은 어느 누가봐도 낯설었다. 한 번씩 올라갈 기미를 보이다가도 상대 투수의 집중 견제와 수비 시프트 등에 막히며 다시 흐름이 끊기는 일이 반복됐다.
이정후의 부진 속에 타선 전체가 침체된 키움은 5월 한때 이정후를 1번타자로 기용하는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이정후가 최대한 많은 타석에 들어서게끔 하는 것과 동시에 최대한 많은 출루를 해줄 것을 기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타순 변동조차 여의치 않자 지난달 26일부터는 다시 원래 자리인 3번으로 돌아갔는데, 이때부터 이정후가 펄펄 날기 시작했다.
이정후는 3번 타순 복귀 후 2번째 경기인 5월27일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8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33타수 15안타(0.455)의 맹타를 휘둘렀고 8경기 중 6경기에서 멀티히트를 때렸다. 시즌 타율도 어느덧 0.280까지 끌어올렸다.
몰아치기에 강한 이정후 특유의 면모가 제대로 발휘되기 시작한 셈이다. 타순도, 타격폼도 원래대로 돌아가면서 이정후의 감이 살아났다.
올 시즌 전 외부 FA를 영입하는 등 전에 없던 ‘통 큰 투자’로 우승을 천명했던 키움은 현재까지 4할을 간신히 넘기는 승률(0.407·22승32패)로 8위에 머물러있다. 이정후가 반등을 시작한 지난주에도 주중, 주말 3연전을 모두 ‘루징 시리즈’로 마치며 2승4패에 그쳤다.
하지만 이정후의 반등은 키움에겐 큰 원동력이다. 안우진, 최원태, 정찬헌, 아리엘 후라도, 에릭 요키시까지 5인 선발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는 키움은 타선의 반등이 절실했는데, 이정후가 살아난다면 전체적으로 활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키움이 전력 이상의 성적을 낸 것도 이정후의 ‘우산효과’를 무시할 수 없었다. 이정후가 워낙 압도적 성적을 내다보니 그 앞뒤 타자들도 자연스럽게 수월한 승부를 펼칠 수 있었다.
요컨대 이정후의 반등은 곧 키움 전체 타선의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조짐인 셈이다. 이정후가 현재의 감각을 계속 이어간다면, ‘6월의 키움’은 완전히 달라진 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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