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은 곳 바라보는 김은중 감독
“한국의 힘 보여주면 이긴다” 독려… “버텨준 선수들 고마워” 끝내 울먹
강인한 체력 바탕 압박축구 심어… “성적과 선수 성장 모두 이루겠다”
“내일이 마지막이 되지 말자.”
김은중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44)이 U-20 월드컵 기간 선수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매 경기 후회 없이 뛰자는 뜻이다. 대회 전 김 감독의 목표는 조별리그 통과였다. 조별리그 F조에 속한 한국은 1승 2무(승점 5)로 조 2위를 하며 16강에 진출했다. 16강전에서 에콰도르를 3-2로 꺾은 한국은 5일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에서도 연장 승부 끝에 1-0으로 이기며 4강에 올랐다. 김 감독은 8강전 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국의 힘을 보여주면 이길 수 있다고 선수들에게 말했다”면서 “선수들이 잘 버텨줘서 좋은 결과를 냈다.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울먹였다.
김 감독은 지난해 1월 U-20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부담이 큰 자리였다. 2019년 월드컵에서 정정용 감독이 이끌었던 U-20 대표팀은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달성했다. 김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한국의) 월드컵 준우승은 몇십 년 만에 한 번 나올 수 있는 성적”이라면서도 “부담감보다는 우리도 준비를 잘한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사령탑으로 U-20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룬 김 감독은 현역 선수 땐 월드컵과 인연이 없었다. 김 감독은 199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동갑내기 이동국(44)과 투톱으로 나서 9골을 합작(이동국 5골, 김은중 4골)하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외모에서 풍기는 날카로운 이미지와 뛰어난 골 결정력으로 ‘샤프’라고 불렸다. 1999년 김 감독은 U-20 월드컵 전신인 FIFA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공격수로 나섰다.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출전했지만 무득점에 그쳤다. 한국은 1승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김 감독은 프로축구 K리그 444경기에 출전해 123골 56도움을 기록했다. K리그 역대 득점 5위다. 하지만 김 감독은 A대표팀에선 15경기(5골) 출전에 그쳤다. 선수로 뛸 때 열린 3차례 월드컵 무대(2002, 2006, 2010년)도 밟아보지 못했다.
2014년 선수 유니폼을 벗은 김 감독은 벨기에 프로축구 투비즈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8년부터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코치를 맡았다. 김학범 감독을 보좌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남자 축구 금메달을 도왔다.
김 감독은 U-20 대표팀을 맡고 올해 3월 U-20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지도자로 24년 만에 돌아온 U-20 월드컵에서 김 감독은 선수 시절 못다 이룬 한을 풀 기회를 잡았다. 김 감독은 빠른 공수 전환과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압박 축구를 대표팀에 심었다. 김 감독은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뛰어난 기술도 소용없다”며 “선수들에게 ‘경기장에서 열심히 뛰지 않을 거면 내가 대신 뛰어도 된다’고 말한다. 그만큼 체력을 강조한다”고 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선수 전원이 수비에 가담해 상대 공격을 막아냈다. 역습 기회가 생길 때는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해 상대 진영까지 뛰어 골문을 위협했다.
김 감독은 U-20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성적과 선수 성장 등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 단계 성장하며 4강 진출을 이룬 선수들에 대해 김 감독은 “(선수들이) 한국 축구의 미래가 되는 것 같아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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