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2연패 주역 꼽힌 좌완
지난 4시즌 1승도 못 건지며 부진
외국인 투수 부상 등 빈틈 생기자
노장 투혼 보여주며 연승 행진
‘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감독(47)은 41세까지 선수 생활을 했는데 37세이던 2013년엔 타율 0.253에 13홈런에 그쳤다. 스스로 “2군에 가 있어야 할 성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부진했다. 하지만 당시 그의 소속팀 삼성 사령탑 류중일 감독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한 번 더 해보라”며 굳은 신뢰를 보냈다. 이듬해 그는 타율 0.308, 32홈런을 기록하며 부활했고 은퇴할 때까지 중심 타자로 활약했다.
이번 시즌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팀의 베테랑 왼손 투수 장원준(38)을 똑같이 대했다. 2015, 2016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 주역인 장원준은 2018년 3승을 마지막으로 지난해까지 네 시즌 동안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이 감독은 장원준과 면담한 뒤 “통산 129승을 한 투수다. 이 정도 이력을 쌓은 선수가 은퇴할 생각이 없는데 뛸 수 있는 팀을 찾지 못하는 건 불명예다. 장원준에게 ‘후회 없이 한번 뛰어보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이런 판단이 장원준과 두산을 모두 살렸다. 국내 투수들의 부진과 외국인 투수의 부상 공백을 메워준 선수가 바로 장원준이기 때문이다. 장원준은 지난달 23일 삼성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마침내 통산 130승 고지를 밟았다. 2주 뒤인 이달 6일엔 한화전에 선발로 나서 5와 3분의 1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2승째이자 통산 131번째 승리를 챙겼다. 이날 승리로 장원준은 임창용(은퇴·130승)을 제치고 다승 부문 역대 10위로 올라섰다.
장원준은 등판 간격을 일주일로 줄인 13일 NC전에 다시 선발로 등판했고 6이닝 3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3연승에 성공했다. 투구 수는 73개밖에 되지 않았다. 한때 시속 140km대 후반의 빠른 공을 던지던 장원준이었지만 이날 최고 스피드는 시속 139km에 그쳤다. 하지만 볼 끝 움직임이 큰 투심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NC 타선을 잠재웠다.
이 감독은 18일 LG전 선발 투수로 장원준을 내정했다. 에이스로 뛰던 시절처럼 나흘 휴식 뒤 5일 만의 등판이다. 일주일에 두 번 선발 등판하는 건 2017년 8월 29일 롯데전, 9월 3일 삼성전 이후 5년 9개월 만이다. 장원준은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지금은 선발 로테이션이 구멍 난 곳에 들어가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휴식을 주는 게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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