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KIA)는 20일 한화와의 프로야구 대전 방문경기에서 4회에 외야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날렸다. 이 홈런 타구는 외야 관중석에 맞은 뒤 그라운드 안으로 돌아왔다. 한화 중견수 문현빈은 이 공을 주워 ‘팬 서비스’ 차원에서 다시 외야 관중석으로 던졌다.
문제는 이 공이 ‘한국 프로야구 1호 개인 통산 1500타점 기념구’였다는 점이다. 한화와 KIA 구단은 이 공을 받은 팬을 찾아 기념품과 기념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팬과 구단의 협상은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았다.
두 구단 관계자가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에도 최형우는 덤덤했다. 최형우는 “나는 기념구에 대한 애착이 크지 않은 편”이라며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필요로 한다면 모를까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21일 이 팬이 KIA가 대전 방문경기 때 쓰는 숙소를 찾아 최형우에게 공을 전달하면서 이 ‘기념구 해프닝’은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최형우와 달리 기념구에 유달리 애착이 큰 선수도 있다. SSG 최주환은 16일 롯데와의 안방경기에서 홈런으로 개인 통산 1000번째 안타를 때려냈다. 프로야구에서 1000안타를 기록한 건 최주환이 115번째였다. 구단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팬도 이 공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최주환은 생각이 달랐다. 최주환은 19일 소셜미디어에 “18년 (동안의) 눈물과 인내로 이루어낸 소중한 공이다. 돌려줄 거라 믿는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최주환은 이 과정에서 팬의 얼굴을 게시물에 그대로 노출해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팬이 공을 돌려주기로 하고 최주환도 팬에게 사과하면서 역시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야구장에서 파울볼과 홈런볼을 팬이 가져갈 수 있게 된 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팬이었던 루번 버먼 덕분이다. 버먼은 1921년 5월 16일 경기에서 자신이 잡은 파울볼을 집으로 가져가겠다고 주장했다가 훈계와 함께 퇴장 명령을 받았다. 그러자 버먼은 구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정신적 피해 보상금 100달러와 파울볼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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