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동갑내기 절친이었던 두 스타플레이어 출신 지도자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과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비슷한 시기에 시련을 겪고 있다. 팀 순위가 주저앉으면서 부임 첫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삼성과 두산은 지난 22일 경기 이후 나란히 순위가 하락했다. 키움 히어로즈에 스윕을 당한 삼성은 최하위로 추락했고, 두산 역시 SSG 랜더스와 3연전을 모두 내주면서 6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현재 삼성은 3연패, 두산은 4연패에 빠져있다.
삼성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좀처럼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마운드에서는 선발진이 힘을 내고 있지만 불펜이 무너지면서 앞서다 역전패 당하기 일쑤다. 마운드가 부진할 땐 타선의 힘으로 극복해야 하는데, 타선마저도 침체돼 있다. 극심한 투타 엇박자 속 패배만 쌓여가고 있다.
주축 선수들의 이탈도 뼈아프다. 오재일과 구자욱이 각각 부진과 부상으로 빠져있고, 그나마 중심 타선에서 제 역할을 해주던 강민호도 20일 경기에서 당한 손목 부상 여파로 2경기 연속 결장했다.
마운드에서도 베테랑 오승환과 우규민이 1군에 없다. 흔들릴 때 구심점이 돼야 할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빠져있어 분위기를 추스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이 최하위로 떨어진 건 2018년 5월14일 이후 무려 1865일 만이다.
두산의 상황도 좋지 않다. 숱한 부상자 발생 속에서도 꾸준히 중상위권을 유지했지만 이제 버티기에도 한계가 온 모양새다.
두산은 최근 10경기에서 3승(7패)을 거두는 데 그쳤다. 지난 9일 KIA 타이거즈와 홈 3연전을 시작으로 4연속 루징시리즈를 기록 중이다.
그 사이 5할 승률도 깨졌고, 간신히 지켜오던 5위 자리도 키움에 내줬다. 7위 KT 위즈, 8위 KIA 타이거즈와 격차는 불과 1경기다. 반전을 만들지 못하면 순식간에 8위까지 추락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아직 전반기라 남은 경기가 더 많지만, 선수단이 체감하는 분위기는 꽤 심각하다.
두산 야구를 상징하는 단어는 ‘허슬두’다. 몸을 사리지 않는 헌신적인 플레이와 탄탄한 수비력을 앞세워 KBO리그를 호령했다. 하지만 최근 두산 야구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지난 18일 LG 트윈스전에서 무더기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면서 대패한 뒤 이례적으로 선수단 미팅을 소집하기도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돌아온 건 SSG전 스윕패였다. 올 시즌 두산의 실책은 59개로 리그에서 3번째로 많다. 모두가 알던 두산의 모습이 아니다.
두산은 최근 부진으로 2군에 내려와 있던 호세 로하스를 1군에 콜업했다. 당초 복귀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봤지만 급하게 올렸는데, 그만큼 팀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오는 24일 키움전에서는 재영입한 외국인 투수 브랜든 와델이 KBO 복귀전을 치른다. 외국인 선수들이 위기 돌파의 선봉장이 돼야 한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가장 좋은 보약은 ‘승리’다. 삼성과 두산 모두 승리가 간절하다. 하지만 상대가 만만치 않다. 삼성은 23일부터 인천에서 선두 SSG와 3연전을 치르고, 두산은 고척에서 5연승 중인 키움을 만난다. 극과 극의 분위기 속에서 만나는 터라 더욱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
박진만 감독과 이승엽 감독은 개막 전 “하위권 평가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의지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비슷한 시기 최대 위기에 봉착한 두 감독이 연패 탈출을 위해 어떤 묘책을 들고 나올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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