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018년 카약 1인승 200m 金
2인승-4인승으로 주종목 바꿔
파트너 호흡도 1년 만에 80% 완성
“마지막 구간까지 속도 유지 훈련… 中선수들에게 질 것 같지 않아요”
남자 카누 국가대표 조광희(30·울산시청)는 아시아경기에 처음 나간 2014년 인천 대회 당시엔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지 않았다. 대표팀 막내급이었고 출전 종목도 카약 1인승 200m여서 자기 일만 잘하면 됐다. 21세의 그에게 200m 거리는 짧게 느껴질 만큼 힘이 넘치던 시기였다.
9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많은 것이 변했다. 조광희는 이제 남자 국가대표팀 맏형이 됐다. 주 종목도 카약 2인승 500m와 4인승 500m로 바뀌었다. 그의 주 종목이던 1인승 200m가 9월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아경기 종목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사력을 다해 노를 저어야 할 거리는 2배 이상으로 길어졌고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할 동료도 생겼다. 패들링 한 번을 하더라도 신경 쓸 게 많아졌다.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조광희는 여전히 한국 남자 카누를 대표하는 에이스다. 조광희는 2014, 2018년 아시아경기 1인승 200m에서 금메달을 따며 한국 카누 선수로는 처음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조광희는 맹장염으로 4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대한카누연맹 경기력향상위원회는 특별 선발로 그에게 태극마크를 달아줬다. 주 종목이 바뀌었어도 조광희가 항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메달을 딸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20일 카누 국가대표팀 훈련지인 강원 화천군 북한강 카누훈련장에서 만난 조광희는 “나이가 들어 경기력이 떨어졌을 거란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정신력은 더 강해지고 있고 카누에서 정신력을 넘어서는 체력은 없다”며 “주 종목이 바뀌었지만 아시아경기 3회 연속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새 종목 적응에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종목을 바꾸고 작년 6월부터 훈련을 시작한 조광희는 페이스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조광희는 “500m 훈련을 처음 시작했을 때 200m 경기를 하듯 초반부터 전속력으로 패들링을 했다가 후반에 힘이 떨어져 퍼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3분씩 나눠 일곱 차례 패들링하는 훈련이 있는데 첫 3분 구간에서 시속 15km로 달리다 마지막 구간에선 12km까지 스피드가 떨어지곤 했다”고 말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다르다. 조광희는 전날 훈련 때 측정한 속도 기록지를 내밀며 “이제는 첫 구간부터 마지막 구간까지 똑같이 시속 13km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파트너와의 호흡도 중요하다. 2인승은 두 선수가 같은 순간에 노를 젓고, 같은 타이밍에 발을 차야 속력이 잘 붙는다. 조광희는 “파트너 장상원(30·인천시청)은 키가 나(183cm)보다 10cm 이상 큰 195cm다. 팔다리 길이의 차이 때문에 노 젓는 속도를 맞추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했다. 정광수 카누 국가대표팀 감독(47)은 “광희는 패들링 기술이 워낙 좋고 순발력도 뛰어나 2인승 종목에도 빠르게 적응했다”며 “2인승은 두 선수가 호흡을 맞추는 데 적어도 2년은 걸리는데 광희와 상원이는 1년 만에 완성도 80% 이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한국 카누는 항저우 아시아경기에서 33년 만의 2인승 500m 금메달에 도전한다. 1990년 베이징 대회에서 박차근(57)과 천인식(55)이 이 종목 금메달을 합작했다. 조광희는 “이번 아시아경기는 새 종목으로 나서는 첫 메이저 대회인 만큼 좋은 성적을 내야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밀어붙일 수 있다”며 “1인승 200m 종목은 끝났지만 아시아경기에서 3회 연속 금메달을 따고 싶다. 중국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좋아졌지만 내가 그들한테 질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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