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의 정성, 지자체·구단 마음 돌리다…농구 10구단 고양소노 탄생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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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7월 26일 06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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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데이윈 점퍼스 농구단 팬들과 소속 선수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농구단 임금 체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News1
고양 데이윈 점퍼스 농구단 팬들과 소속 선수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농구단 임금 체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News1
남자 프로농구 10번째 구단으로 확정된 소노가 결국 고양시에 둥지를 틀었다. 정황상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지만,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닌 팬들이 정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소노는 지난 21일 한국농구연맹(KBL)의 제29기 제1차 임시총회 및 이사회에서 신규 회원 가입 승인을 받았다.

모그룹 경영난으로 해체된 고양 데이원 선수단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창단을 준비해 온 소노는 KBL의 승인으로 창단 작업에 더욱 탄력을 받았다. 새 시즌 개막을 앞둔 9월 중순 쯤에는 창단식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관심을 모았던 소노의 연고지는 기존에 데이원이 머물렀던 고양시로 확정됐다. 이미 고양시 측과 협상을 끝난 소노는 조만간 연고지 협약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소노의 이기완 단장은 연고지 선정 배경에 대해 “선수들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고양시를 선택하게 됐다”며 “또 고양 소노캄(소노 소유 리조트 시설)을 보다 활성화하자는 의미도 있다. 고양시장님께 소노가 들어간 체육관 명칭으로 바꿨으면 좋겠다는 건의도 드렸다”고 설명했다.

고양시는 과거 오리온과 데이원의 연고지였던 만큼 농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팬층도 두꺼웠다.

데이원에서 소노로 넘어온 선수들 역시 고양시를 원했으며 고양시 역시 소노 유치에 관심이 있었다. 특히 관내에 소노캄이라는 리조트 시설이 있어 구단과 고양시 모두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데이원의 연고 이전을 희망했던 부산시를 포함해 포항시와 인천시 등 복수의 지방자치단체가 소노 잡기에 나서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특히 부산시는 막강한 자금 지원으로 협상에 뛰어 들면서 소노가 고양시를 떠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기완 소노 스카이거너스 단장이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소노 스카이거너스(Skygunners)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News1
이기완 소노 스카이거너스 단장이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소노 스카이거너스(Skygunners)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News1

그러자 지역의 농구팬들이 움직였다.

앞서 데이원의 해체 전부터 지역 정치계에 꾸준히 민원을 넣어 선수들의 국회 기자회견을 이끌어 냈던 이들은 이후 김종혁 국민의힘 고양시병 당협위원장을 찾아가 “고양시에서 선수들을 응원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고양상공회의소와 고양시를 다니며 ‘꼭 농구단을 유치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올 초 데이원이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저력을 확인한 이동환 고양시장도 팬들의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고, 소노측에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결국 농구단 재유치에 성공했다.

팬들의 지극정성이 고양시를 움직였고 끝내 소노를 품게 된 셈이다. 고양시가 소노 측에 어떤 조건을 제시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으나 체육시설과 광고비 할인 등 혜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양시 농구팬 박모씨는 “데이원이 해체될 때까지만 해도 고양시에 농구단이 다시 생기리라는 보장이 없었는데 극적으로 소노가 인수 의사를 밝혔고 결국 다시 여기에 정착하게 됐다”며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팬들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정말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기존 터전을 이어가게 된 선수들 역시 만족감이 크다.

소노 주장 김강선은 “고양시에 계속 있을 수 있게 돼 감사하다. 특히 팬들을 생각하면 더욱 잘 된 일”이라며 “선수단 분위기가 정말 좋은데 열심히 노력해서 또 한 번 감동을 드리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양시는 소노의 에이스이자 국가대표 슈터 전성현(32)을 추후 시 홍보대사로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노의 간판스타이자 국가대표인 전성현을 활용해 시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위상을 드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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