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튜 반더폴(28·네덜란드)이 7일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2023 국제사이클연맹(UCI)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로드레이스 경기 중 마지막 약 15km를 남기고 빗길에 미끌어졌지만 다시 일어나 우승을 차지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시작해 글래스고까지 총 271.1km를 달린 이번 대회에서 반더폴은 약 22km 구간을 지날 때부터 선두로 치고 나왔다. 2위권 선수들보다 30초가량 여유 있게 앞섰던 반더폴은 글래스고 도심 14.3km 구간을 10회 반복하는 서킷을 약 한 바퀴 남기고 우회전하다 빗길에 갑자기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오른쪽 어깨, 팔, 무릎, 종아리가 아스팔트 바닥에 쓸려 피가 났다. 지면에 부딪히는 순간 충격 탓에 오른쪽 사이클화도 일부 부서져 파편이 날아갔다. 그러나 반더폴은 곧장 일어나 자전거를 일으켜 세운 뒤 다시 페달을 밟았다. 고장 난 신발은 제대로 고정이 안 돼 반더폴은 레이스 중 여러 차례 손으로 발을 고정한 채 레이스를 이어갔다.
이날 로드레이스 대회는 총 193명이 출발했지만 완주한 선수는 51명에 불과했다. 그만큼 남다른 체력과 기술이 요구되는 코스였다. 특히 마지막 도심 서킷 구간은 코너가 40곳 이상 있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돼 참가 선수들이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반더폴은 마지막 구간에서 미끄러지는 실수를 한 뒤 오히려 2위권과 격차를 벌렸다. 이날 반더폴은 6시간7분27초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 와우트 반아트(29·벨기에)보다 97초, 3위 타데이 포가차르(25·슬로베니아)보다 105초 앞선 기록이었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 반더폴은 한동안 바닥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셨다. 그의 저지 오른쪽 옆구리와 허벅지 부분에는 넘어질 때 생긴 마찰로 큰 구멍이 나있었고 옆구리, 팔꿈치, 허벅지, 무릎은 까진 상처가 가득했다.
레이스 막판 넘어진 상황에 대해 반더폴은 “과하게 위험한 동작은 없었는데 몸이 갑자기 땅에 떨어져 있었다”며 “지면이 정말 미끄러웠다. 곧장 일어나 다시 타긴 했는데 만약 그 충돌로 우승을 놓쳤다면 아마 며칠 밤을 못 잤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세계선수권 사이클로크로스에서는 5번 우승한 경력이 있지만 로드레이스는 첫 우승이었던 반더폴은 “오늘 우승은 내 커리어를 완성할 남은 목표 중 하나였다. 내게는 로드레이스에서 거둔 가장 큰 승리다. 내년에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레인보우 저지를 입고 경기를 하게 되다니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더폴은 프랑스 사이클의 ‘영원한 2인자’로 불렸던 헤이몽 풀리도(1936~2019)의 외손자다. 풀리도는 투르 드 프랑스에서 세 차례나 2위를 하고 세계선수권 로드레이스에서도 동메달만 네 번 땄다. 이날 우승으로 반더폴은 사이클의 전설인 할아버지도 못 해본 세계선수권 로드레이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편 이날 경기는 산악 구간에서 환경운동가들이 코스를 막아서는 기습 시위를 벌여 약 1시간 중단됐다. 반더폴은 경기 중단에 대해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내리막 다음에 스퍼트해야 하는데 (지연 때문에) 약간 지장을 받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재개 후) 뒤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부터 날개를 단 듯했다”고 말했다.
이날 환경운동가들의 시위는 사이클팀 후원을 맡은 화학회사 ‘이네오스’, 영국 사이클의 파트너사인 석유 에너지 그룹 ‘셸’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프로사이클선수협회(CPA) 회장을 맡고 있는 애덤 한센(42·호주)은 트위터에 “시위대에게. 오늘 여러분은 환경 보호에 정반대되는 일을 했다. 물론 자전거 대회가 환경에 가장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이 대회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더 많이 타게 되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람들이 자전거를 더 많이 타게 된다는 건 차를 그만큼 덜 탄다는 의미”라고 적었다.
이어 “이건 그냥 하는 말이다. 오늘 여러분이 입은 오렌지색 조끼를 비롯해 여러분이 쓰는 안경을 비롯해 신는 신발 밑창, 신발 끈 끝의 플라스틱, 단추는 물론 매일 쓰는 신용 카드 모두 석유로 만든다”며 시위대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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