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와 주루는 데뷔 시즌부터 이미 정평이 나 있었지만 올 시즌 김하성(28·샌디에이고)의 방망이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연구 대상이다.
마크 데로사 전 미국 대표팀 감독(48)은 9일 MLB 하이라이트와 분석을 전하는 ‘MLB 센트럴’에서 김하성의 2021~2023년 시즌별 타격 준비 자세를 비교했다. 데로사 전 감독이 가장 주목한 것은 방망이를 잡는 손의 위치였다.
MLB 데뷔 첫해였던 2021년 김하성은 타격 준비 때 방망이를 잡은 손이 턱 끝 위치까지 올라와 있었다. 2022년에는 손이 어깨 쪽에 가깝게 살짝 내려왔다. 2023년에는 손이 팔꿈치에서 살짝 위로 올라온 정도다. 결과적으로 2년 사이 손이 턱에서 가슴까지 내려온 것이다.
데로사 전 감독은 “이제 손을 훨씬 밑에서 내려놓고 (타격을) 시작한다. 상대 투수들은 빠른 공으로 존을 공략해 타자를 윽박지르지만 김하성에게는 안 먹힌다. 김하성은 리그에서 빠른 공 대응을 가장 잘하는 타자 중 한 명”이라고 평했다.
이어 “첫 2년보다 레그킥이 좀 더 과감해졌다. 김하성은 이제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축에 속하는 선수들의 시속 95마일(152.8km) 이상 공도 이겨낸다”고 말했다.
데로사 전 감독은 김하성의 안정적인 타격 자세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데로사 전 감독은 “김하성은 안정적인 오픈 스탠스로 공을 기다린다. 이후 무게중심을 완벽하게 뒤에 둔다. 과하게 스트라이드를 하지 않고 빠른 공에 대응한다. 빠른 공에 대응이 되면 변화구에도 대응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하성의 개인 타격코치를 맡은 최원제 ‘더 볼 파크’ 코치는 “타격 자세가 바뀐 건 없다. 준비하는 자세만 바꿨다. (타격 전) 힘을 최대한 빼고 (빠른 공에) 반응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하성도 MLB에 처음 와서는 무브먼트가 심한 투심 패스트볼에 땅볼이 많이 늘었다. 한국에서처럼 변화구에 타이밍을 잡고 칠 수가 없다. 직구를 노리다가 변화구를 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빠른 공 대응력을 키운 김하성은 ‘스위트 스폿’에 공을 맞히는 비율이 MLB 첫 해 31.3%에서 2년 차 34%, 올해는 37.7%까지 늘었다.
○리그 정상급 스탯
이미 올 시즌 김하성의 스탯은 리그 정상급이다. 데로사 감독은 (방송일 9일 기준) 김하성이 출루율 10위(0.384), 도루 12위(24), wRC+(조정 득점 창출력)에서 16위(135)에 올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내야수 수비 기여도(DRS·Defensive Runs Saved)는 16으로 공동 1위고, 팬그래프스 기준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FWAR)도 4.2로 10위다.
어어 6월 15일 이후 시점으로 한정하면 김하성의 wRC+는 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220), 애틀랜타 맷 올슨(210)에 LA 다저스의 프레디 프리먼(185)과 함께 리그 공동 3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김하성은 공도 잘 본다. 타석 당 상대 투수에게서 뽑아내는 투구 수도 평균 4.36으로 리그에서 250타석을 이상 소화한 타자 중 4위다.
데로사 전 감독은 “김하성이 이렇게 상대 투수의 진을 빼놓고 스윙은 잘 하지 않는다”며 “김하성의 올 시즌 스윙 적극성은 37.1%로 샌디에이고 후안 소토(34.9%), 세인트루이스 라스 눗바(35.4%)에 이어 세 번째로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말을 빌리자면 ‘샌디에이고의 최우수선수(MVP)’는 바로 이 선수”라며 분석을 마쳤다.
스튜디오에 패널로 출연한 루벤 아마로 주니어 전 필라델피아 단장(58)은 데로사 전 감독의 분석을 들은 뒤 김하성의 타격 준비 자세를 따라 하며 “(타격 준비 때) 손을 전혀 안 움직이는 게 정말 놀랍다(awesome). 꼭 폴 몰리터(67)를 보는 것 같다. 기다리고 있다가 ‘빵’하고 친다”는 감상평을 내놨다.
몰리터는 MLB에서 통산 3319안타를 친 전설이다. 한국에서는 박병호가 미네소타에서 뛰던 시절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