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선 코 앞에서 넘어지는 건 한 번이면 족했다. 이번에는 두 다리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곧바로 활짝 웃었다.
펨키 볼(23·네덜란드)은 25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400m 허들 결선에서 51초70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네덜란드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혼성 1600m 계주에서 세계신기록 페이스로 달리다 결승선을 5m 앞에 두고 넘어진 지 닷새 만이다.
볼은 “이번 대회 전 다들 나를 우승 후보로 꼽았다. 하지만 혼성계주에서 봤듯 모든 게 늘 예상대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혼성계주에서) 내가 배턴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다들 우리(네덜란드)가 쉽게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번 경주를 앞두고 마음을 강하게 먹고 내 레이스를 하기로 다짐했다”고 말했다.
원래 여자 400m 허들 최강자는 2021년 도쿄 올림픽과 지난해 미국 유진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딴 시크니 매클로플린(24·미국)이다. 이 종목 세계기록(50초68) 보유자도 매클로플린이다. 그러나 매클로플린이 무릎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면서 볼의 우승은 떼어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뚜껑을 열어 보니 달랐다. 볼이 예선에서 52초95에 그칠 때만 해도 ‘혼성계주의 충격을 떨쳐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볼은 결선에서 참가 선수 중 유일하게 51초대에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메이저대회 개인 첫 우승을 차지했다. 51초70은 올 4월에 세운 개인 최고기록(51초45)에 0.25초 뒤진 자신의 두 번째 기록이다.
늘 1위를 쫓다가 이제 경쟁자들에게 쫓기는 1위가 된 볼은 “모두가 우승을 꿈꾼다. 늘 우승할 수는 없지만 매년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며 “한 단계 더 발전해 세계챔피언이 됐다니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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