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이스너(38·미국·세계랭킹 157위)는 1일 US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2회전에서 마이클 모(25·미국·89위)에게 5세트 타이브레이크 승부 끝에 2-3(6-3, 6-4, 6-7, 4-6, 6-7)으로 역전패한 뒤 쏟아진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 경기가 이스너에게 커리어 마지막 경기로 남게됐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9년간 미국 남자 단식 최강자 자리를 지켰던 이스너는 US오픈 개막 전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며 은퇴 의사를 밝혔고 이날 패배로 프로 테니스 선수로서의 17년 커리어를 마쳤다.
이스너는 208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강력한 서브로 명성을 쌓았다. 커리어 통산 서브 에이스 1위 기록(1만4450개) 역시 이스너가 가지고 있다. 그는 커리어 마지막 경기가 된 이날 모와의 대결에서도 서브 에이스 48개를 꽂았다.
이스너의 에이스는 동료들을 떨게 했다. 하지만 코트 밖 이스너는 동료와 미디어 모두에게 친절해 ‘젠틀 자이언트(Gentle Giant)’라 불렸다.
○전통 고수하던 윔블던마저 마지막세트 타이브레이커 도입하게 한 ‘이스너 룰’
물론 그의 젠틀함은 어디까지나 승부 바깥의 영역에 한정됐다. 승부에 있어서 그는 누구보다 끈질긴 선수였다.
이스너가 2010년 윔블던 1회전에서 니콜라스 마후트(41·프랑스)와 벌인 11시간 5분 승부는 테니스 역사상 ‘최장시간’ 경기로 남아있다. 당시 윔블던은 마지막 세트에 타이브레이크를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스너는 5세트를 70-68까지 치른 혈투 끝 승리를 따냈다.
이 경기 직후 윔블던에는 마지막 세트에도 타이브레이크를 적용해야한다는 요청이 빗발쳤으나 ‘역사와 전통’을 앞세운 주최측은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이스너의 집념은 윔블던의 높은 콧대마저 꺾었다. 이스너가 2018년 윔블던 준결승에서 캐빈 앤더슨(37·남아공)과 또 다시 6시간 36분의 마라톤 혈투를 벌였기 때문이다.
이스너는 당시 5세트에서 24-26로 패했다. 결국 윔블던은 이듬해부터 5세트 타이브레이크를 도입했다. 다만 6-6부터 타이브레이크를 치르는 다른 메이저대회와 달리 윔블던은 전통 존중의 의미로 타이브레이크 돌입 기준을 조금 더 높인 12-12로 했다.
○‘준비성’에 가장 큰 자부심 느끼지만 은퇴하는 마음은 준비가 안 돼
코트를 떠나는 이스너는 자신이 코트에서 남긴 에이스 기록보다 17년간 커리어를 이어온 ‘준비성’에 더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나 같은 몸(거구)으로 17년 동안 계속 프로무대에서 뛸 수 있는 몸을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계속 준비를 잘 해온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준비성에 누구보다 자부심을 가진다던 이스너에게도 은퇴경기 후 복받친 감정은 미처 준비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경기 직후 이어진 온 코트 인터뷰에서 이스너는 눈물을 참다 거의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코트를 떠났다.
이스너는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테니스는 내 인생에 너무 큰 부분이었다. 이별을 말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마침내 그날이 오긴 했는데 이 감정을 준비하기란 너무 어려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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