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수 첫 트리플크라운 눈앞
17승-2.28, 다승-평균자책점 선두
안우진 이탈로 탈삼진왕도 예약
ML 복귀설 솔솔… 日구단도 눈독
올 시즌 프로야구 NC 선수들은 홈런을 치면 더그아웃에서 ‘사진관 세리머리’를 한다. 사진사는 올해 NC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 투수 페디(30)다. 페디는 즉석카메라로 홈런을 친 선수를 찍은 뒤 포토 보드에 사진을 붙인다. 장비를 사비로 구매한 페디는 방문경기 때도 카메라와 보드를 손수 들고 다닌다. NC 관계자는 “페디의 에너지가 팀 케미스트리(융합)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마운드 위의 페디는 팀에 더 큰 도움이 되는 선수다.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는 페디는 외국인 투수 첫 트리플크라운(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을 향해 전진하며 팀의 순위 싸움에 힘을 보태고 있다.
페디는 5일 키움과의 창원 안방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17승(6패)째를 거둔 페디는 다승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평균자책점도 2.28로 끌어내리며 이 부문 선두로 도약했다. 또 11개의 탈삼진을 잡아내 탈삼진 160개로 이 부문 선두 안우진(키움·164개)을 4개 차로 추격했다. 안우진이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한 터라 페디는 사실상 탈삼진 1위 자리를 예약했다.
한국 프로야구 투수 중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선수는 3명밖에 없다. 선동열이 4차례(1986, 1989, 1990, 1991년) 달성했고, 류현진(2006년)과 윤석민(2011년)이 각각 한 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2014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신인 드래프트 때 워싱턴으로부터 1라운드 지명을 받았던 페디는 작년까지 워싱턴의 5선발로 뛰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6승 13패, 평균자책점 5.81을 기록한 뒤 계약 연장 불가 통보를 받았다. 성적도 좋지 않았지만 어깨와 손목 등 내구성에도 물음표가 붙었다. 그 틈을 NC가 파고들었다. 워싱턴 구단이 연장 계약 불가 방침을 발표한 지 몇 분 되지 않아 영입 의사를 전달했다.
페디는 한국행을 결심한 뒤 원래 살던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를 떠나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로 이사해 피칭아카데미의 도움을 받았다. 그곳에서 체계적인 트레이닝으로 어깨와 손목을 강화했고, 투구 메커니즘도 새롭게 가다듬었다. 원래부터 잘 던졌던 투심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에 스위퍼(옆으로 많이 휘는 변형 슬라이더)를 새롭게 장착했다. 구사율이 높지 않았던 체인지업도 보강했다.
강인권 NC 감독은 “페디가 던지는 4개의 구종은 모두 결정구로 손색이 없다. 마운드에서의 투쟁심 역시 역대 외국인 선수 중 최고”라고 칭찬했다. MLB에서 한 시즌 133과 3분의 1이닝(2021년) 투구가 최고였던 그는 올해는 벌써 142와 3분의 1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이제 페디가 등판할 때마다 MLB와 일본 프로야구 3∼5개 구단 스카우트가 항상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선수 이적 시장에 밝은 한 관계자는 “페디처럼 많은 구단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관심을 보였던 사례는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4일 페디의 인터뷰 기사를 내보내며 관심을 보였다. 미국 유력 일간지가 시즌이 한창일 때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는 선수를 조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페디는 아직 ‘스토브리그’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에만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다. 자만하지 않고 해왔던 대로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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