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임금체불 사태로 한국프로농구(KBL)에서 퇴출당했던 데이원이 ‘소노 스카이거너스(skygunners)’로 다시 태어났다. 데이원을 인수한 대명소노그룹은 20일 경기 고양시 소노캄 고양에서 소노 스카이거너스 창단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소노 선수단과 코치진은 하늘색 와이셔츠와 남색 넥타이를 맞춰 입었다. 국가대표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두고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이던 전성현, 이정현도 대표팀에 양해를 구하고 창단식에 참석했다.
행사 시작을 알린 구단 소개 영상은 주장 김강선이 골대를 향해 솟구치듯 비상하는 장면으로 끝났다. 김강선은 3개월 전만 해도 선수단을 대표해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호소하느라 국회 기자회견장, KBL 사옥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플래시 세례를 받아야 했다. 그랬던 김강선의 비상은 해체 위기 속에서 대명소노그룹과 함께 도약을 준비하는 소노의 상황과도 닮았다.
창단식을 마친 뒤 내내 밝은 미소를 지은 김강선은 “아마 농구를 그만둘 때 아니면 이제 그때보다 더 힘든 시기는 없을 것 같다. 농구 선수로 웬만하면 절대 안 해볼 것들을 다 해본 것 같다. 정말 큰 사고를 치지 않고서야 그렇게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을 일도 없을 텐데”라며 웃었다. 이어 “선수들과 (해체 드래프트로) 흩어진다는 생각보다 ‘같이 간다’는 생각만 했는데 소노라는 팀에서 저희를 받아줬다. 이번 시즌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소노는 전날까지 강원 홍천군 비발디파크에 새로 마련한 전용 훈련장인 ‘소노 아레나’에서 전지훈련 일정을 소화했다. 김강선은 “구단에서 저희를 위해 새로 마련하셨더라. 시설도 다 새것이고 다른 팀들은 낯선 곳으로 전지훈련을 가는데 저희는 말 그대로 ‘저희 코트’에서 훈련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며 “새로 창단한 만큼 주축 선수들이 조금 더 자신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더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 “하프라인만 넘으면 언제든 3점 쏠 수 있는 팀”…‘양궁 농구’ 팀 컬러는 그대로
지난 시즌 재정문제로 잡음이 계속된 가운데서도 팀을 4강까지 이끈 김승기 감독은 “어떤 상황이든 최선을 다해 팬분들께 박수받는 팀이 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김 감독은 계속해 “저희 소노 스카이거너스는 강력한 디펜스를 바탕으로 스틸을 많이 하고 하프라인만 넘으면 언제든 3점을 쏠 수 있는 팀”이라며 지난 시즌 팀 색깔을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지난 시즌 데이원은 경기당 34.9개의 3점 슛을 시도했다. 2위인 KGC(26.4개)보다도 경기당 8개의 3점을 더 던졌다. 지난 시즌까지 3시즌 연속 3점 슛 1위에 오르며 소노의 ‘양궁 농구’ 돌풍의 중심에 섰던 전성현은 “소노 스카이거너스 팀명이 ‘하늘의 사수들’이라는 뜻인데 제가 또 KBL의 명사수다. 멋진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 흔들리던 배에 김승기 감독만 보고 올라탄 김민욱 “그만큼 농구에 배고팠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센터 김민욱은 시즌 내내 재정난에 시달린 데이원과 계약을 맺었다. 선수단 임금도 주지 못하고 있던 구단과 신규 FA 계약을 맺은 그의 결정을 두고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김민욱은 연봉 결정도 구단에 일임한 채 김 감독만 보고 계약을 마쳤다. 김민욱은 “KGC 시절 감독님께 혹독하게 혼도 많이 났지만 코트에서 저라는 선수를 각인시킬 수 있게 해주신 분”이라며 “이전 팀(KT)에서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는데 다른 팀 가서 적당한 연봉을 받고 적당히 뛰다가 은퇴할 바에는 (김승기) 감독님이 원하는 농구를 하면서 더 많은 기회를 얻고 농구를 좀 더 잘하고 싶었다. 그만큼 농구에 배가 고팠다”고 했다.
이제껏 늘 안정적인 길만 택했던 김민욱의 인생 첫 모험이었다. 김민욱은 “나이로 보면 마지막 FA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인생에서 한 번쯤은 모험을 해보고 싶었다”며 “이적 후 팀이 잘 안되면 해체 후 드래프트를 한다고 들었다. 그렇게 되더라도 제 팔자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려 했는데 잘 풀려서 이렇게 창단식도 하고 다시 농구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2012~2013시즌 데뷔해 2017~2018시즌까지 KGC에서 뛰었던 김민욱은 1년 후배 전성현, 김승기 감독과 5년 만에 한 팀에서 재회하게 됐다. 김민욱은 “KGC에서 함께 뛸 때 둘 다 유망주로 평가받았는데 전성현 선수는 지금 KBL을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저도 감독님 말 잘 듣고 팀에 녹아들겠다”며 “다들 공격적으로 수비하고 기회가 나면 과감하게 (슛을) 던진다. 저도 슈팅력이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다른 선수들이 일대일을 할 때 제 수비수가 도움 수비를 가지 못할 정도의 슈팅력을 갖추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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