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 명 넘는 인파 운집…‘Faker’ 옷·꽃다발·굿즈 출동
페이커 동선 따라 수백 명 인파 이동…넘어지는 팬도
인파 탓에 취재진에 다가와 꽃다발 전달 부탁하기도
페이커(본명 이상혁)의 인기가 상상을 뛰어넘는다. e스포츠 대표인 이상혁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석을 위해 22일 항저우 샤오산 국제공항을 찾자, 공항은 게임 속 ‘군중 제어기(CC·Crowd Control)’라고는 없는 혼돈이 펼쳐졌다.
이상혁이 탄 비행기가 도착하기 1시간 전에도 공항 입국장은 수십 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중국에 도착하고 입국장을 나설 시간이 다가오자, 인파는 200여 명이 넘는 군중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군중 손에는 제각기 꽃다발, 굿즈가 가득했다. 이상혁이 리그오브레전드(LoL)에서 사용하는 이름인 ‘Faker(페이커)’가 적힌 옷을 입고 그가 나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팬도 눈에 띄었다.
이상혁이 나타나자, 우레와 같은 환호가 가득 울려 퍼졌다. 여자 골프 스타 박인비, 남자 펜싱 구본길·김정환·오상욱·김준호가 지나가도 반응하지 않던 이상혁의 팬이었다. 입국을 위해 이동하자 ‘인(人)의 장벽’을 이룬 군중은 따라 움직였고, 이 과정에서 바닥에 자빠지는 팬도 생겼다. 인파가 몰려들자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 둘이 이상혁 주변을 막아섰다.
현장 취재진 사이에서는 모인 팬 규모가 전날 입국장을 밟은 남자 축구 간판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능가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인터뷰를 위해 이상혁이 취재진을 만나자, 주변은 자리를 잡으려는 팬과 취재진 사이의 충돌도 발생했다. 일부 팬은 취재진 사이로 카메라를 집어넣는가 하면, 제 높이로 이상혁을 보기를 포기한 팬은 방송 카메라 아래로 아예 바닥에 앉아서 그를 올려다보기도 했다.
이상혁은 중국 팬이 가득한 이 자리에서 “다시 도전하게 됐다. 이번에는 많은 팀원과 힘을 합쳐서 (중국을) 꼭 이길 수 있게 준비하겠다”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 종목에서 꼭 금메달 딸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페이커가 이 같은 발언을 한 이유는 직전대회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의 기억 때문이다. 그는 시범 종목으로 처음 아시안게임 무대로 나온 e스포츠 종목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평가받는 페이커가 버티고 있었지만, 한국 대표팀은 결승에서 중국에 무릎 꿇었다. 당시에는 e스포츠가 시범 종목이었던 탓에 공식 메달 집계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이상혁의 인기에 웃지 못 할 상황도 벌어졌다. 한 팬은 AD카드를 한 취재진을 찾아와 번역기와 꽃다발을 내밀었다. 이번 LoL 대표팀에 승선한 쵸비(Chovy·본명 정지훈)에게 꽃다발을 대신 전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이상혁 이동에 인파가 몰린 탓에 정지훈을 만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홍콩, 카자흐스탄과 A조에 속한 LoL 대표팀은 오는 25일 예선전을 시작으로 경기에 나선다. LoL 종목은 오는 29일 최강자를 가려 아시안게임 역사상 첫 메달 주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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