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핸드볼 여자 조별리그 1차전이 열린 25일 저장사범대 샤오산체육관. 한 외국인이 한국 대표팀 벤치 앞에 서서 한국어로 “공격!”, “수비!” 등을 외치며 팔을 휘저었다. 골이 들어가면 “멋있어요!”라며 박수도 쳤다.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헨리크 시그넬 감독(47·스웨덴)이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올림픽에서 금 2개, 은 3개, 동메달 1개를 따냈지만 2010년대 이후 국제무대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이에 대한핸드볼협회는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면서 국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시그넬 감독은 올해 4월 외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했다. 협회 관계자는 “(시그넬 감독이) 남녀 대표팀과 클럽팀 지도자를 두루 경험해 전술이 다양하다. 또 한국을 이해하고 이에 맞춰 유럽 스타일을 접목하려는 등 열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핸드볼은 남자 대표팀 지휘봉도 ‘리빌딩 전문가’ 홀란두 프레이스타스 감독(58·포르투갈)에게 맡긴 상태다.
구기 종목 중 한국 대표팀을 가장 오래 이끌고 있는 외국인 사령탑은 콜린 벨 여자 축구 대표팀 감독(62·잉글랜드)이다. 2019년부터 여자 축구 대표팀을 맡은 벨 감독은 웬만한 의사소통은 영어 대신 한국어로 할 만큼 한국 생활 적응을 마쳤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 양궁 대표팀에도 외국인 지도자가 있다. 리오 와일드 컴파운드 대표팀 감독(50·미국)이 주인공이다.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양궁은 팔로 시위를 당겨 활을 쏘는 리커브이고, 컴파운드는 양 끝에 도르래를 달아 쏘는 종목이다. 한국은 올림픽 종목인 리커브와 달리 컴파운드에서는 남녀 모두 세계 랭킹 10위 안에 드는 선수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힘을 별로 못 쓴다. 그래서 영입한 지도자가 2013년 컴파운드 세계 랭킹 2위까지 올랐던 와일드 감독이다. 아시안게임에는 리커브와 컴파운드 모두 금메달이 5개씩 걸려 있다.
한국이 불모지나 다름없던 아티스틱 스위밍에서는 옥사나 피스멘나 코치(51·우크라이나)가 대표팀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누의 올렉산드르 시우코우 감독(34·우크라이나), 카약의 디미타르 이바노프 감독(48·불가리아)도 태극전사들의 기량 향상에 힘을 쏟고 있다.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46·스페인)은 이번 대회를 통해 명예회복을 노린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2022년 세사르 감독 부임 후 5승 38패(승률 11.6%)에 그쳤다. 세사르 감독은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따내지 못하면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24일 끝난 예선전 결과도 7전 전패했다.
스포츠에서는 선수 생활을 끝낸 뒤 지도자가 되는 게 일반적이라 지도자는 종목과 국적을 막론하고 선수보다 나이가 많은 게 보통이다. 그러나 콘택트 브리지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마노 안드레아 감독(39·이탈리아)은 대표팀 선수 평균 나이(53.1세)보다 열네 살 이상 어리다.
대한체육회 집계에 따르면 이번 아시안게임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감독과 코치 223명 가운데 17명이 외국인이다. 외국인 지도자 중 16명은 북미 또는 유럽 출신이지만 배드민턴의 로니 아구스티누스 코치(45)는 인도네시아 국적이라 이번 대회에서 자국의 패배를 바라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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