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남자 플뢰레, 여자 에페 국가대표팀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동반 우승했다. 한국 펜싱은 경기가 열린 나흘 동안 금메달 5개를 목에 걸었다. 역대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표도 노려볼 만하다.
허준(35), 하태규(34), 이광현(30), 임철우(30)로 구성된 남자 플뢰레 대표팀은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27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45-38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우승이다. 한국 펜싱은 아시안게임 통산 50번째 금메달을 기록했다.
한국은 5피리어드까지 20-25로 뒤졌다. 역전승의 시동을 건 선수는 대표팀 최고참이자 에이스인 허준이었다. 6피리어드에 나선 허준은 중국의 우빙(25)을 상대로 6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26-25를 만들어 단숨에 전세를 뒤집었다. 접전 승부가 이어지면서 7피리어드는 33-33 동점으로 끝났다. 8피리어드 피스트에 오른 이광현은 40-36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한국은 이후로 리드를 빼앗기지 않았다. 경기를 끝내는 45번째 득점에 성공한 피니셔는 허준이었다.
허준은 경기가 끝난 뒤 “나로서는 마지막 경기였는데 1등을 하게 돼 너무 좋다. 믿어지지가 않는다”며 “아시안게임 2연패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허준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선수 생활 은퇴를 선언했다.
남자 플뢰레대표팀은 이날 단체전 금메달로 사흘 전 개인전에서의 부진을 만회했다. 한국은 24일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한국 남자 펜싱이 아시안게임 플뢰레 개인전에서 노 메달에 그친 건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45년 만이었다.
이어 열린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도 한국은 금메달을 수확했다. 강영미(38), 최인정(33), 송세라(30), 이혜인(28)으로 구성된 여자 에페 대표팀은 이날 홍콩과의 결승에서 36-34로 승리하며 우승했다. 마지막 9피리어드에 나선 송세라가 경기 종료 6.8초를 남기고 35-34 1점 차까지 쫓겼으나 3.3초를 남기고 쐐기 득점에 성공하며 극적으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최근 2개 대회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던 여자 에페 대표팀은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21년 만에 정상에 섰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최인정은 대회 2관왕으로 행복한 마침표를 찍었다.
27일 현재 한국은 펜싱에서만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수확 중이다. 여태껏 펜싱에서 나온 8개의 금메달 중 절반 이상을 거머쥐었다. 아시안게임 펜싱은 2002년 부산 대회부터 총 12개의 금메달이 걸렸는데 한국은 2014년 인천 대회에서 역대 가장 좋은 성적표(금 8개, 은 6개, 동 3개)를 받았다. 28일에는 여자 플뢰레, 남자 사브르 단체전, 29일에는 여자 사브르, 남자 에페 단체전이 남아있다.
한편 이날 태권도에서는 박우혁(삼성에스원)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우혁은 남자 겨루기 80kg급에서 요르단의 살리흐 엘샤라바티를 2-0(8-5, 6-5)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2021년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엘샤라바티는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꼽혔던 선수다. 한국 태권도가 이 체급(2006년 도하 대회까지는 78kg급)에서 금메달을 딴 건 2002년 부산 대회 오선택 이후 21년 만이다. 박우혁은 우승 뒤 “이렇게 큰 무대에서 한국 태권도가 다시 한번 높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한 걸음 내디딘 것 같아 너무 좋다”며 “아직 내가 내년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못 땄다.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남은 그랑프리 대회를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한국은 이번 대회 태권도 경기 일정이 시작된 24일부터 나흘 연속 금메달을 따내며 모두 5개(품새 2개, 겨루기 3개)의 금메달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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