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에군(结棍)’은 중국 항저우 지역 방언으로 ‘대단하다’ ‘강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 선수단의 아시안게임 선전을 기원합니다.
“대회 2주 전 뱀 여러 마리를 잡는 꿈을 꿨다.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길몽이라더라. 나도, 동료들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으니 좋은 꿈이 맞는 것 같다.”
26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만났던 지유찬(21)은 전날 딴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 수영의 첫 금메달이다. 25일 지유찬은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50m 결선에서 21초72로 우승했다. 예선에서 21초84로 대회기록(21초94)과 한국기록(22초16)을 동시에 경신했던 지유찬은 약 9시간 뒤 치러진 결선에서 이 기록들을 다시 0.12초 앞당겼다.
지유찬은 “21초대 기록을 내겠다는 목표를 갖고 대회에 왔다. 지난 한달 동안 컨디션 관리에 집중해온 결과로 시합 당일 몸상태가 정말 좋았는데 좋은 기록뿐 아니라 결과까지 따라와 기쁘다”고 말했다. 자유형 50m에서 한국선수의 우승은 2002년 부산 대회 김민석(44) 이후 21년 만이다.
지유찬의 자유형 50m 우승은 이번 대회 최고의 하이라이트로 꼽을 만하다. 176cm에 70kg로 단거리 선수치고 왜소한 지유찬은 자신보다 키가 10cm 이상 크고 체격 좋은 선수들과 겨뤄 우승했기 때문이다.
경영 최단거리인 50m는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힘을 내야 해 ‘피지컬’이 좋을수록 유리하다. 2위 호 이안 옌터우(26·홍콩)의 키는 188cm, 3위 판잔러(19·중국)의 키도 189cm다. 하지만 둘은 지유찬보다 각각 0.15초, 0.2초 느렸다. 지유찬은 “어릴 때부터 형들이나 친구들보다 작았다. 다만 (입수할 때) 점프라든지 순발력은 누구보다 앞선다는 자신 있었다. 이런 장점들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수영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유찬은 50m 레이스를 하는 동안 한번도 숨을 쉬지 않는다. 이 또한 기록단축에 유리한 요소다.
세간에서는 ‘깜짝 금메달’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대표팀에서 지유찬의 금메달은 언젠가 있을 일 정도로 여긴다. 이정훈 수영 국가대표팀 총감독은 “지난해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예선에서 유찬이가 공동 16위가 돼 ‘스윔오프(예선 16위, 준결선 8위에 공동 순위 선수가 나오면 추가경기로 승자를 가리는 것)’를 한 적이 있다. 그때 22초03의 기록이 나왔다. 스윔오프 기록은 비공인이라 한국기록이 안됐지만 눈에 띌 정도로 훈련을 열심히 하는 선수라 머지않아 (아시안게임 입상권인) 21초대에 진입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지유찬의 이번 기록은 아시아기록(21초67)과 불과 0.05초 차다. 지유찬이 자신의 기록을 0.2초 앞당긴다면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선수 최초의 자유형 50m 입상도 노릴 수 있다. 지유찬도 “숙소에 돌아와 핸드폰을 보니 축하 메시지 수백 통이 와있었다. 관심과 기대가 커졌다는 걸 부쩍 느낀다. 기록을 더 줄여 내년 올림픽(7월)이나 세계선수권(2월)에서 결선에 올라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다짐했다.
28일 남자 계영 400m를 마지막으로 지유찬은 항저우에서의 여정을 마친다. 자유형 50m 당시 오전 예선을 치른 뒤 몸이 풀려 오후 결선에서 더 좋은 성적을 냈다는 지유찬은 계영 400m 예선에 나서 한국의 예선 1위에 기여했다. 지유찬은 “계영 400m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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