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 남자복식 간판 임종훈(26)-장우진(28) 조가 ‘오심 논란’을 딛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 올라 21년 만에 남자 복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랭킹 1위 임종훈-장우진 조는 1일 중국 항저우 궁슈윈허 스포츠공원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남자 복식 결승전에서 세계 2위 판전둥(26)-왕추친(23) 조에 0-4(6-11, 8-11, 7-11, 3-11)로 지며 준우승했다. 한국 탁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복식 결승에 올라 은메달 이상의 성적을 거둔 건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한국은 이철승(51)-유승민(41) 남자 복식 조가 금메달을 땄다.
임종훈-장우진 조는 결승에 오르기 전 위기의 순간을 맞이했다. 이날 결승에 앞서 열린 촹치위안(42)-린윈쥐(22·이상 대만) 조(12위)와의 준결승에서 최종 스코어 4-1(11-8, 14-12, 9-11, 11-7, 12-10)로 결승 진출을 확정했지만 경기 도중 하마터면 분위기를 내줄 뻔한 ‘오심 논란’을 맞닥뜨린 것이다.
임종훈-장우진 조는 세트 스코어 3-1로 앞선 채 들어선 준결승 5세트에서 대만과 네 차례 동점을 이루며 비등한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7-8로 뒤지던 한국은 장우진의 포핸드 득점으로 8-8 동점을 만들며 상승세를 탔다. 이때 임종훈이 리시브한 네 번째 공이 대만 팀 테이블의 오른쪽 끝을 맞고 나갔다. 한국의 득점이 인정되는가 싶었지만 심판은 대만의 득점을 선언했다. 8-9가 되면서 한국은 대만에 리드를 다시 빼앗겼다.
이후 5분가량 실랑이가 벌어졌다. 임종훈과 장우진은 일제히 하늘을 가리키며 심판에게 ‘경기장 상단에 있는 경기 중계 다시보기 화면을 봐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담당한 황추동, 청보진 심판(이상 중국)은 정면만 응시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세혁 한국 국가대표 감독(43)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항의했지만 심판은 ‘테이블 위쪽이 아닌 측면을 맞고 나갔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손짓만 보이며 입을 열지 않았다. 주 감독의 항의로 경기가 지연되는 상황을 비난하는 듯한 중국 관중들의 야유가 터져 나왔다.
자칫 세트를 내주며 분위기가 반전될 뻔 수도 있던 상황이었지만 임종훈과 장우진은 세계 1위의 저력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한국은 곧바로 2점을 내면서 10-9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어진 10-10 동점 상황에서 연달아 2점을 내며 승리를 확정했다. 임종훈과 장우진은 대만 대표팀이 보란 듯 서로 배를 마주치는 세리머니를 하며 포효했다.
임종훈은 경기 후 “탁구공이 상대 진영의 코너 위쪽을 맞고 떨어지면 득점, 측면을 맞고 나가면 실점인데 우리는 누가 봐도 위쪽에 맞았다고 생각해 득점을 주장했다”면서 “보는 각도에 따라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수는 있지만 미심쩍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이전 경기에서도 한국의 공격이 북한 쪽 테이블 끝자락을 맞고 나간 적이 있는데 그때도 중국 심판은 북한의 득점을 인정해줬다”고 설명했다.
‘삐약이’ 신유빈(19·세계 8위)은 이날 세계랭킹 1위 쑨잉샤(중국)와의 여자 단식 4강전에서 세트 스코어 0-4(7-11, 8-11, 12-14, 10-12)로 지며 동메달을 땄다. 이번 아시안게임 탁구에서는 결승 진출에 실패한 준결승 패자 2명에게 별도의 동메달 결정전 없이 공동 동메달을 준다. 쑨잉샤를 상대로 세트승을 따낼 뻔한 순간도 있었다. 신유빈은 3세트에 10-6으로 앞서며 게임 포인트를 먼저 잡았다. 하지만 이후 쑨잉샤에게 연달아 점수를 내주며 12-14로 역전패했다.
신유빈은 이번 대회에서 여자 단체전과 혼합 복식을 합쳐 총 3개의 동메달을 따냈다. 경기 후 신유빈은 “쑨잉샤와의 준결승 3세트를 가져오지 못한 게 아쉽지만 거기에서 역전을 내준 것도 실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일본과의 여자 복식 준결승(2일)이 남아 있다. 지금까지 딴 동메달 3개도 정말 값지지만, 이번에는 메달 색을 꼭 바꿔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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