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작 전 애국가가 끝나기 무섭게 경기장을 가득 메운 3만8000여 명 관중의 태극전사들을 향한 야유가 흘러나왔다. 킥오프와 동시에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짜요(加油·힘내라)’ 소리가 경기장을 내내 진동하게 했다. 악조건을 극복하고 태극전사들은 개최국 중국을 상대로 값진 승리를 챙겼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1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과의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같은 날 사우디아라비아를 2-1로 꺾은 우즈베키스탄과 4일 황룽 스포츠센터에서 준결승전을 치른다. 우즈벡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당시 8강에서 맞붙은 상대다. 당시 한국은 연장 접전 끝에 4-3으로 승리했다.
이날 황선홍 감독은 프랑스 파리생제르맹 소속의 이강인(22),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정우영(24)을 선발 라인업에서 뺐다. 대신 지난 4경기에서 ‘1골 4도움’을 기록한 고영준(22)을 비롯해 안재준(22), 조영욱(24), 송민규(24) 등 최근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 위주로 공격진을 조합했다.
경기 초반 중국 관중들의 응원소리와 자신들을 향한 야유에 위축됐던 한국 선수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본 모습을 찾아갔다. 전반 6분 고영준, 1분 뒤인 전반 7분 조영욱이 중국 골문을 향해 슈팅을 날리며 영점을 잡아갔다.
기대했던 첫 골도 이른 시간에 나왔다. 전반 18분 벨기에 겐트 소속의 홍현석(24)이 페널티지역 오른쪽 앞에서 찬 왼발 프리킥이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이후 몸이 풀린 한국은 중국 진영으로 라인을 올리거나 역습을 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전반 35분에는 오른쪽 측면을 돌파하던 조영욱이 낮게 찬 크로스가 골키퍼를 지나쳤는데, 문전으로 쇄도하던 송민규가 오른발로 마무리하며 추가골에 성공했다.
한국은 후반 18분 이강인, 정우영, 엄원상(24)을 동시 투입하며 중국을 더욱 압박했다. 중원 좌우를 활발히 오가며 이강인이 동료들과 짧은 패스를 주고받거나 마르세유 턴을 할 때 중국 수비수 3명이 동시에 달라붙는 장면도 나왔다. 이강인을 의식할수록 중국의 날도 무뎌졌다.
우려했던 개최국 편파판정은 없었다. 이날 경기 주심을 맡은 오만 출신의 카심 마타르 알하트미는 파울이 나오면 어김없이 휘슬을 불었다. 자칫 분위기가 과열될 만한 반칙을 하면 선수들을 불러다 세워놓고 구두로 경고하며 진정시켰다. 알하트미 주심은 이날 중국 선수 3명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한국은 백승호(26)가 후반 39분 경고를 받았다.
패색이 짙어지자 관중들도 경기가 끝나기 전에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경기 막판 중국 관중들이 응원을 하던 막대풍선을 터트리는 소리가 경기장을 울렸다.
한국, 우즈벡을 비롯해 일본, 홍콩이 4강에 합류했다. 일본은 후반 35분 터진 마츠무라 유타(22)의 결승골에 힘입어 북한에 2-1로 승리했고, 홍콩은 후반 2분 나온 푼 푸이 힌(23)을 끝까지 지켜 이란을 1-0으로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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