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400m 계주 대표팀의 맏형 김국영(32)이 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동메달을 딴 뒤 꺼낸 말이다. 한국 육상이 남자 400m 계주 종목에서 아시안게임 메달을 딴 건 37년 만의 일이었지만 김국영은 자신을 과시하지 않았다.
예의를 차리기 위해 꺼낸 말이 아니었다. 김국영은 “국가대표로 16년을 뛰며 메달을 따지 못한 때가 더 많았다. 그만큼 나는 누구보다 실패를 많이 해 본 선수였다는 의미”라며 “그래서 나는 선수가 경기를 마친 뒤 고개 숙이고 돌아올 때 무슨 말을 해줘야 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 됐다. 이번 대회 이후 은퇴를 할지 아직 결정하지는 못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 계주 대표팀은 이날 이정태(27), 김국영, 이재성(22), 고승환(26) 순으로 달리며 38초74의 기록으로 중국(38초29), 일본(38초44)에 이어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국 육상이 아시안게임 남자 400m 계주에서 시상대에 오른 건 1986년 안방에서 치른 서울 대회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김종윤, 성낙군, 심덕섭, 장재근 계주팀이 동메달을 땄다.
경기 후 김국영은 “이상하다. 내가 전광판을 처음 봤을 때는 한국기록보다 0.01초가 빠른 38초73으로 봤는데 다시 바뀌어있더라. 어디에 소송을 해야 하나”라며 농담을 건넨 뒤 “한국신기록은 못세웠지만 내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첫 메달을 땄으니 만족한다”고 말했다. 남자 계주 대표팀을 이끄는 김국영은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3회 연속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지만 시상대에 오르지는 못해 아시안게임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엔 달랐다. 결선 전부터 메달 가능성이 엿보였다. 대표팀은 전날 열린 대회 예선에서 고승환 대신 박원진(20)을 멤버로 해 이정태, 김국영, 이재성, 박원진 순으로 달리며 38초75의 기록으로 전체 2위에 올랐다. 38초75는 9년 전인 2014년 7월 6일 오경수, 조규원, 김국영, 여호수아가 한중일 친선육상경기대회에서 세웠던 종전 한국기록에 0.01초가 뒤진 기록이었다. 남자 400m 계주팀은 올해 7월에 열린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38년 만에 동메달을 따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었는데, 이번 아시안게임 결선에서 한국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이날 결선에서 1번 주자의 부담을 안고 뛰었던 이정태는 “오늘 금메달을 따서 내 좋은 기운을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이한테 전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은 아쉽다”면서도 “(김)국영이 형이 마지막으로 출전하게 된 이번 아시안게임에 함께 메달을 딸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국영은 “이번 결선을 앞두고 동료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했던 건 ‘책임감’이었다. ‘형이 해주겠지’, ‘다음 주자가 해주겠지’ 하는 마음을 갖지 말고 4명의 주자 모두가 ‘내가 해내야지’라는 생각으로 뛰어서 상대방에게 바통을 전달하면 전광판에 우리 이름이 반드시 쓰여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동생들이 모두 그렇게 해줘서 오늘 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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