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심 못 넘었지만…우상혁 “재미있는 높이뛰기 할 수 있어 행복”

  • 뉴시스
  • 입력 2023년 10월 4일 2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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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AG 2m33으로 은메달…바르심, 2m35로 금메달
"바르심, 내 승부욕 더 불태우는 선수…경쟁도 영광"

“재미있는 높이뛰기를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우상혁(27·용인시청)의 금메달 도전이 ‘세계 최강’ 무타즈 에사 바르심(32·카타르)에 가로막혔다. ‘스마일 점퍼’답게, 우상혁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우상혁은 4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3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손에 넣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은 2회 연속 은메달이다.

금메달은 2m35를 날아 오른 바르심이 가져갔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만난 우상혁은 “여기에 왔을 때부터 2m33을 1차 시기에 넘는 것에 집중했고, 2m37을 넘어 개인 최고 기록까지 넘어보려고 생각했다”며 “아쉽지만 내년 파리 올림픽이 있다. 잘 준비해야 한다”고 은메달을 수확한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바르심 선수와 선의의 경쟁을 하며 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재미있는 높이뛰기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웃었다.
바르심은 우상혁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손꼽혔다.

우상혁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바르심이 큰 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면 정말 큰 산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만큼 바르심의 존재는 우상혁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였다.

바르심은 2017년 런던부터 2019년 도하, 2022년 유진까지 세계선수권 3연패를 차지한 최강자다. 지난해 유진 세계선수권에도 2m37을 넘어 2m35를 기록한 우상혁이 은메달로 밀렸다.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은 물론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대회에서도 정상에 섰다. 9년 만에 나선 아시안게임에서도 최강의 실력을 보여줬다.

바르심이 불참한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서 우승한 뒤 우상혁은 “바르심과 대결에서 내가 주도권을 쥔 적이 거의 없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내가 바르심을 상대로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바르심의 벽은 높았다.

2m와 2m10을 패스하고 2m15에서 첫 점프에 나선 우상혁은 2m19도 가볍게 넘었다. 2m23부터는 관중에 박수를 유도하며 힘을 더 끌어올렸고, 역시 첫 시도에 성공했다. 2m26, 2m29도 가뿐히 넘은 우상혁은 2m31을 앞두고 “가자”를 외친 뒤 역시 첫 시도에서 바를 넘고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우상혁의 도전은 자신의 시즌 최고 기록인 2m35에서 막혔다. 첫 시도에서 다리가 바를 건드리며 이날 첫 실패를 기록했다.

2m19부터 출발한 바르심이 2m35까지 모두 한 차례 시도 만에 성공하자 우상혁은 바를 높여 2m37에 도전했다. 하지만 우상혁은 첫 시도에서 바를 넘지 못했고, 두 번째 시도에서도 바에 걸렸다.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도 잠시, 우상혁은 곧바로 일어나 머리 위로 박수를 치며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그리곤 바르심과 악수하고 포옹하며 뜨거운 승부를 펼친 승자에게 축하를 보냈다.

“내가 첫 번째 주자로 뛰며 계속 넘어 바르심도 나를 많이 의식했을 것”이라며 웃은 우상혁은 “서로 시너지가 나서 넘을 수 있었다. 경쟁하고, 의욕을 끌어올리면서 서로 1차 시기에 다 넘은 것 같다. 내가 2m35도 1차 시기에 넘었어야 했는데 아쉽게 못 넘었다”고 말했다.

“이어 2m37을 넘으면 좋겠지만, 그 기록은 나에게 넘어야 할 산이다. 파리 올림픽까지 그 기록은 넘겠다”고 강조했다.
비록 바르심과 경쟁에서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지금 이 순간도 우상혁에게는 값지다.

우상혁은 “오로지 금메달만 바라보고 왔고, 바르심과 경쟁하려고 왔다. 다른 것까지 생각하면 내 것이 안 되기 때문에 바르심과 후회 없는 경쟁을 하려고 했다. 그래서 바르심과 최종 높이에서 경쟁할 수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영광스러운 순간이다. 어렸을 때 ‘저 선수와 뛸 수 있는 높이가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매번 경기마다 같은 높이에서 경쟁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내심 뿌듯해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경쟁자는 우상혁이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우상혁은 “바르심은 내 승부욕을 더 불태워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있어 나도 더 (기량이) 늘 것 같아 흥미롭고 기대된다”며 눈을 반짝였다.

[항저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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