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친 셔틀콕이 네트에 걸리자 안세영(21)은 그대로 코트 위에 드러누웠다. 오른쪽 무릎 통증을 안고도 90분의 혈투를 마친 안세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리를 절뚝이며 상대 선수와 악수를 나눴다. 이내 전매특허인 승리의 포효 세리머니를 하고는 눈시울을 훔쳤다. 한국 배드민턴이 29년 만에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내는 순간이었다.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이 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천위페이(25·중국·3위)를 2-1(21-18, 17-21, 21-8)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결승 도중 오른쪽 무릎에 부상을 당했지만 투혼을 발휘하며 아시아 최정상에 섰다. 이전까지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선수는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뿐이었다. 안세영은 1일 단체전 우승에 이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결승 대결 상대인 안세영과 천위페이의 만남은 각별했다. 5년 전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여자 단식에서 안세영을 첫 경기(32강전)에 탈락시킨 게 바로 천위페이였다. 2021년 도쿄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천위페이는 안세영과의 상대 전적에서 11승 7패로 우위였다. 그러나 올 시즌 맞대결에선 안세영이 6승 2패로 우위였다. 단체전 결승 제1 단식에서도 안세영이 2-0(21-12, 21-13) 완승을 거뒀다.
안세영은 이날도 경기 초반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18-17, 1점 차 리드 상황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경기 도중 여러 차례 바닥 위로 몸을 날린 안세영이 오른쪽 무릎 통증을 호소하고 나선 것. 안세영은 얼굴을 찡그렸고 의료 요원이 코트 위로 들어왔다. 1세트는 21-18로 따냈지만 세트 종료 후 코트 위에 주저앉아 무릎 붕대를 다시 감았다.
2세트 들어 안세영은 마음대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한때 5-12까지 점수 차가 벌어졌다. 천위페이는 집요하게 안세영의 오른쪽을 공략했다. 운도 천위페이에게 따랐다. 네트를 맞은 셔틀콕이 연겨푸 안세영 쪽 코트에 떨어졌다. 대회가 열리는 항저우 출신인 천위페이의 활약에 안방 팬들의 응원도 더욱 거세졌다.
3세트가 되자 안세영이 다시 살아났다. 세트 초반부터 5-0으로 치고 나갔다.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안세영의 모습에 천위페이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속수무책으로 점수를 내주며 18-8로 순식간에 승부가 기울었다. 긴 랠리가 반복된 끝에 천위페이는 코트 위에 굳은 듯 안세영에게 19번째 득점을 내줬다. 오히려 천위페이가 코트 바닥에 주저앉았다. 20번째 득점에 성공한 안세영은 승리를 확신했다는 듯 주먹을 내 쥐었다. 이어 천위페이의 공격이 네트에 걸리면서 90분간의 혈투가 끝났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