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프로스포츠 중 남자 야구와 축구는 각각 전무한 4연패와 3연패를 달성, 아시아 최정상의 실력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축구와 야구 모두 대회를 앞두고 팀이 흔들리는 일도 있었지만, 악재를 모두 이겨내고 보란 듯이 결과로 증명해냈다.
반면 9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렸던 남녀 농구, 각각 17년과 9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한 남자 배구와 여자 배구는 충격적인 패배와 함께 초라하게 대회를 마감했다.
축구는 완전체로 소집된 시간이 부족했던 데다 이강인(PSG)마저 합류가 결정되지 않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로 출발했다. 그러나 막상 대회가 시작된 뒤엔 처음부터 끝까지 큰 위기 한 번 겪지 않는 완벽한 레이스로 전승 우승을 완성했다.
수비 조직력에 집중하고 공격은 자유롭게 맡기는 등 스쿼드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전술이 빛을 발했고, 마지막까지 팀 분위기와 집중력을 최고로 유지하는 관리 능력도 훌륭했다.
이로써 한국 축구는 2014 인천 대회, 2018 자카르타 팔렘방에 이어 다시 정상에 올랐다. 통산 최다 우승 기록도 6회로 늘리며 2위 이란(4회)과의 차이를 벌렸다.
특히 결승전에선 1년 전에 0-3 충격패를 당했던 숙적 일본을 상대로 통쾌하게 승리, 금메달이 갖는 의미가 더욱 컸다.
야구도 비슷했다. 대회 전 이정후(키움), 이의리(KIA), 구창모(NC) 등 핵심 선수들이 부상 혹은 부진으로 낙마하면서 최정예 전력을 꾸리지 못해, 금메달이 힘든 것 아니냐는 의문이 계속 팀을 따라다녔다.
하지만 한국 야구는 ‘젊은 피’들을 앞세워 위기를 극복, 저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세대교체까지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또한 결승전에선 조별리그서 한 차례 졌던 팀이자 강력한 금메달 경쟁자 대만과 다시 만나, 2-0의 깔끔한 승리로 빚을 갚았다는 내용도 팬들의 기쁘게 했다.
이로써 한국 야구는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이어진 아시안게임 야구 연속 우승 횟수를 ‘4’로 늘렸다.
축구와 야구 모두 객관적 전력에서 금메달 후보로 평가 받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변수를 모두 차단하고 기어이 최정상의 자리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또 다른 인기 프로 스포츠 배구는 하락세를 끊지 못했다. 김연경(흥국생명) 은퇴 후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는 여자배구는 이번에도 명예 회복에 실패했다.
대회 시작 전 강호들이 빠진 아시아선수권에서 6위에 그치고 파리 올림픽 예선에서 7전 전패에 빠졌던 여자배구는 아시안게임서도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베트남에 패하는 등 답답한 결과를 이어가다 5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여자 배구가 아시안게임 준결승 진출에 실패한 것은 5위에 머물렀던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이다. 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마땅한 반등 동력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남자 배구도 처참했다. 남자 배구는 대회 개회식도 하기 전 사전 경기에서 12강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번 대표팀에 포함된 12명의 연봉 총액이 66억에 달했는데 인도, 파키스탄 등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보다 크게 뒤떨어지는 팀들에 고개 숙였다.
남자 배구가 아시안게임에서 아무 메달도 따지 못한 건 1962년 자카르타 대회 이후 무려 61년 만이었다.
국내 겨울 프로스포츠를 대표하는 배구는 인기에만 매몰돼 국제 경쟁력이 크게 뒤떨어졌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배구계 전체가 머리를 맞대 고민 해야 할 시기다.
농구도 불명예 기록을 연달아 새로 쓰며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남자 농구는 2진으로 구성된 일본과의 경기에서 충격패를 당하며 메달 계획에 차질을 빚더니 결국 최종 7위로 마감했다. 바랐던 금메달은 커녕 역대 남자 농구 최악의 성적이던 2006년 도하 대회(5위)보다도 낮은 성적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서 국내 리그에서처럼 빅맨에만 의존, 세계 농구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농구협회 차원의 장기적인 플랜이나 투자 계획은 요원한 실정. “우리가 이기는 건 요행을 바라는 일”이라며 입술을 깨물었던 허훈(상무)의 소감을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많다.
여자 농구는 북한을 꺾고 동메달을 수확, 겨울 프로 스포츠 중에선 유일하게 메달을 따긴 했지만 아쉬움은 있었다. 특히 해 볼만한 상대라고 여겼던 일본과의 4강전서 58-81로 대패한 게 뼈아팠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놓는 김단비(우리은행)는 “나는 선수 생활 초반에 일본에 앞섰지만 마지막엔 역전 당한 선수”라며 “후배들이 다시 일본을 따라잡아 주기를 바란다”며 울림있는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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