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85세…허정무·황선홍 등 후배 축구인 추모
1983년 멕시코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 4강 신화
지난 7일 향년 85세로 별세한 고(故) 박종환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영결식이 1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대한축구협회장으로 치러졌다.
영결식에는 고인의 유가족을 비롯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협회 고위 임원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황선홍 감독 등 70여 명의 축구인이 참석했다.
김정배 협회 상근부회장이 약력보고를 했고 고인의 영상을 본 뒤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 4강 신화를 함께 했던 제자 신연호 고려대 감독이 추도사를 낭독했다.
신연호 감독은 추도사를 통해 “카리스마 넘쳤던 감독님이 없었다면 축구인 신연호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렇게 떠나보내서 너무나 황망하다. 감독님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전 감독의 아들 박재호씨가 고인을 떠올렸고,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헌화했다.
마지막으로 축구회관을 지나는 박 전 감독의 운구 차량을 배웅하는 것으로 영결식은 마무리됐다.
정몽규 회장은 “박 전 감독님은 멕시코 4강으로 한국 축구가 가야할 기준을 제시했다. 당시 ‘벌떼 축구’로 불린 ‘토탈 축구’를 실현하신 분”이라며 “이것이 향후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과 연령별 대표팀의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고 높이 평가했다.
일화 천마 시절 박 전 감독의 제자였던 이상윤 해설위원은 “선수 시절에는 저만 미워한다고 생각했는데, 저를 축구 선수로 성장하게 만든 분”이라며 “생전에 찾아뵙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대한축구협회장을 찾은 허정무 전 프로축구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은 “박종환 감독님은 오랫동안 축구를 위해 힘써 주신 분”이라며 “모든 축구인이 존경하는 분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1938년 황해도 옹진에서 태어난 박 전 감독은 춘천고등학교과 경희대, 석탄공사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1960년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 청소년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우승했고, 은퇴 후에는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국제심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박 전 감독은 1970년대 중반 약체팀이던 전남기계공고를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끌며 지도자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시청팀을 맡아 여러 차례 국내 성인무대 정상에 올랐다.
박 전 감독은 1980년부터 1983년까지 20세 이하(U-20) 청소년대표팀을 맡아 2차례 세계청소년 대회에 참가했다. 특히 1983년 멕시코 대회에선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사상 첫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한국의 기동력과 패스워크에 감탄한 해외 언론은 ‘붉은악마’란 별명을 붙여줬고, 이는 훗날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서포터즈의 이름이 ‘붉은악마’로 정해진 계기가 됐다.
1989년에는 신생 프로팀인 일화 천마 감독을 맡아 K리그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1993년부터 1995년까지 3년 연속 K리그 챔피언을 차지하면서 명장 반열에 올랐다.
2001년 창립한 여자축구연맹의 초대 회장에 올랐고, 이후 대구FC와 성남FC의 감독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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