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배구대표팀은 아쉬움을 넘어 실망스러운 성적에 그쳤다. 그래서 새 시즌 프로리그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잖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프로배구 V리그의 인기는 변함없이 뜨겁다. 이제 시작이지만, 일단 출발은 아주 좋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한국 배구는 우울했다.
남자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개회식도 하기 전에 12강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대표팀에 포함된 12명의 연봉 총액이 66억원에 달했는데, 인도, 파키스탄 등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보다 크게 뒤떨어지는 팀들에 고개 숙였다. 남자 배구가 아시안게임에서 아무 메달도 따지 못한 건 1962년 자카르타 대회 이후 무려 61년 만이었다.
여자 대표팀도 다르지 않았다.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베트남에 패하는 등 답답한 결과를 이어가다 5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2년 연속 전패, 아시아선수권 6위, 파리 올림픽 예선 7전 전패 등 긴 하락세가 아시안게임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이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현 상태로는 한국 배구가 힘들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 한다”고 제언했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표팀의 아쉬운 경쟁력과는 별개로, V리그를 향한 관심과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이미 겨울 관람 프로 스포츠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만큼, 악재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만큼 탄탄한 팬층과 고정적인 관심이 유지되는 모양새다.
지난 14일 막을 올린 2023-24 도드람 V리그는 이틀 동안 치른 4경기서 1만734명의 관중을 동원, 비교적 좋은 분위기 속에 치러졌던 지난 시즌 같은 기간 4경기의 9140명보다 오히려 1594명이나 늘었다.
특히 14일 한국도로공사와 흥국생명의 경기, 15일 우리카드와 삼성화재의 경기에선 모두 3000명 이상의 관중이 운집해 관중석을 꽉 채웠다.
한선수(대한항공), 김지한(우리카드), 김연경(흥국생명), 박정아(페퍼저축은행) 등 스타 선수들을 향한 지지 기반이 탄탄한 데다, 아시아쿼터를 새로 도입해 아시아 각국 스타들까지 대거 끌어들인 점이 흥행의 이유로 꼽힌다.
특히 아시아쿼터는 신의 한 수였다. 새로운 스타 탄생과 경기의 질적 향상 등으로 초반 인기에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아시아쿼터로 태국 출신의 폰푼 게드파르드를 영입한 IBK기업은행의 관계자는 “폰푼을 보기 위해 벌써부터 입장권 구입을 위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한 우리카드의 오타케 잇세이(일본)의 경기를 보기 위해 일본 셀럽들이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적어도 V리그 관중석에는 ‘항저우 참사’는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지난 시즌보다 초반 관심도는 더 높아졌다. 오프라인 경기장뿐 아니라 SNS에서도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초반 분위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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