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에군(结棍)’은 중국 항저우 지역 방언으로 ‘대단하다’ ‘강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한국 선수단의 장애인 아시안게임 선전을 기원합니다.
비장애인 육상 선수가 올림픽 100m와 마라톤에 동시 도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다. 장애인 육상 선수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국 육상 대표 유병훈(51·경북장애인체육회)은 2021년 열린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때 100m와 마라톤은 물론 400m, 800m까지 출전했다.
유병훈은 당시 “장애인 스포츠에서도 육상은 비인기 종목이다. 젊은 선수들은 육상이 힘든 종목이라고 생각해 도전하는 친구가 별로 없다”면서 “내가 후배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유병훈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고 있는 장애인 아시안게임 때는 100m와 800m만 참가한다. 대신 이번 대회가 끝나면 마라톤에 집중할 계획이다. 23일 선수촌에서 만난 유병훈은 “내려놓는 게 쉽지 않았다”면서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도로만 달릴 거다. 내년 파리 패럴림픽 때도 트랙 종목에는 참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병훈은 2002년 부산 대회 때부터 이번 대회까지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6회 연속 출전해 은 7개, 동메달 5개를 따냈다. 패럴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병훈은 “이번에는 금메달을 따고 싶지만 현실적인 목표는 은메달”이라며 “좋은 기억, 좋은 추억, 좋은 경험을 갖고 대표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병훈은 그러면서 “나도 운동을 통해 거듭났다”며 장애인들에게 운동을 적극적으로 권했다. 유병훈은 “나는 원래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이었다. 그런데 운동하면서 성격이 달라졌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180도 변했다”며 “장애는 선택할 수 없어도 장애 이후는 선택할 수 있다. 운동에는 삶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계속해 “국제 대회에 가보면 외국에는 젊은 선수들이 많은 게 참 부러웠다. 쉰 살이 넘어서도 계속 국가대표로 뛰는 게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면서 “젊은 세대들이 육상에 많이 도전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라톤은 사정이 더 열악하다. 국내에서 휠체어 마라톤 국제대회에 나설 만한 선수는 문자 그대로 ‘극소수’다. 유병훈은 “뉴욕 도쿄 런던 베를린 보스턴 시카고 등 세계 6대 메이저 대회에는 모두 휠체어 부문이 있다”면서 휠체어 마라톤 대회가 부족한 현실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유병훈은 “현재는 휠체어 장애인이 단거리를 할지, 마라톤을 할지 선택할 수 없는 환경”이라며 “마라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휠체어 장애인이 뛰고 싶은 종목을 찾아 도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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