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최대어’로 꼽히며 메이저리그 명문구단 뉴욕 양키스로 곧장 직행한 박효준(27). 후배와의 포지션 경쟁에서 밀린 뒤 KBO 드래프트에서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김하성(28). 고교 레벨에서 분명 우위를 점했던 이는 박효준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 둘의 입지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김하성이 아시아 최초 내야수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월드클래스’로 자리 잡은 반면, 박효준은 방출을 거듭하며 미래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박효준과 김하성은 야탑고 1년 선후배 사이다. 같은 포지션인 유격수로 경쟁했는데, ‘5툴 플레이어’로 주목 받던 박효준이 경쟁에서 승리했다. 장타력과 정확도, 수비력까지 갖추면서 2학년 때 팀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김하성 역시 공수에서 준수한 모습을 보였지만 1년 후배 박효준에는 미치지 못했고 결국 박효준에 밀려 2루수로 뛰어야했다.
고교 졸업 시점의 관심도도 크게 달랐다. 박효준은 야탑고의 미국 전지훈련에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받았고,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 구단으로 꼽히는 뉴욕 양키스에 계약금 116만달러(약 13억4000만원)를 받고 입단했다.
반면 김하성은 수많은 유망주 중 하나였다. 201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그는 2차 3라운드 29순위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의 지명을 받았다.
당시에는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하는 1차 지명제도가 있었고, 신생팀 KT 위즈의 특별 지명도 있었다. 이를 모두 감안하면 김하성보다 먼저 지명된 선수는 40명이나 됐다. 계약금도 딱 1억원이었다.
그런데 프로 입단 후 둘의 운명이 바뀌기 시작했다. 김하성은 입단 첫 해부터 당시 염경엽 감독의 눈에 들어 1군과 동행하며 60경기를 치렀고, 2년차던 2015년부터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매년 20홈런 언저리의 홈런에 준수한 수비력과 20~30도루가 가능한 주력까지 갖춘 ‘엘리트 유격수’로 빠르게 성장했다.
2018년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돼 금메달을 획득, 병역 문제도 해결한 그는 2020 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했다. 만 26세의 나이에 이룬 성과였다.
소속팀이 자금 사정 넉넉하지 않은 키움이었다는 점 또한 김하성의 입장에선 빠르게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했다.
미국에 직행한 박효준도 나름대로 단계를 밟아나갔다. 루키리그, 싱글A를 거쳐 2019년 더블A 무대까지 밟았다. 2020년에는 트리플A 승격이 유력했는데, 코로나19라는 변수로 마이너리그 시즌이 통째로 취소되며 1년을 쉬게 됐다.
그래도 김하성이 데뷔한 2021년 박효준 역시 ‘콜업’되며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양키스에선 딱 한 경기만 치른 채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트레이드돼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2022년부터 둘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리게 됐다. 김하성이 팀 내 주전 공백을 틈타 주전 자리를 꿰찼고, 루키시즌 때 고전했던 타격 능력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며 팀에서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됐다.
박효준도 2022시즌 피츠버그의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되며 꿈을 키웠지만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결국 강등과 콜업을 반복하며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 사이의 어중간한 선수로 남았다.
시즌이 끝난 뒤엔 피츠버그, 보스턴 레드삭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옮겨다니며 간신히 미국 생활을 이어갔다.
2023년을 마친 시점에선 둘 사이 간격이 더욱 크게 벌어졌다. 김하성은 공수 겸장의 내야수로 빅리그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시즌이 끝난 후엔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받는 쾌거까지 이뤘다. 내년 시즌이 마지막인 샌디에이고와의 계약이 종료되면 ‘FA 잭팟’도 노릴 수 있다.
반면 박효준은 애틀랜타 마이너리그 구단에서 방출 통보를 받으며 또 무적 신세가 됐다. 내년이면 만 28세가 되는데 메이저리그에 자리를 잡지도,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했다. 현실적으로 메이저리그 도전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아졌기에 냉정한 선택을 해야할 시점이다.
10년 전, 고등학교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들의 운명이 이렇게 극명하게 엇갈릴 것을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당사자들조차 쉽게 예상하지 못했을, 얄궂은 희비쌍곡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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